[단독] 은행권, 비정규직 ‘넣었다 뺐다’ 제멋대로 ‘공시’…금융당국, “제도 개선 검토”
[단독] 은행권, 비정규직 ‘넣었다 뺐다’ 제멋대로 ‘공시’…금융당국, “제도 개선 검토”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16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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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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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정기보고서(사업보고서, 분·반기보고서 등)의 일부 항목이 통계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은행이 직원의 급여와 근속 연수 등을 산출할 때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을 ‘넣었다’ ‘뺐다’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

이같은 제멋대로 공시는 통계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성실 공시한 타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작성 기준을 살펴본 후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7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씨티·SC제일·IBK기업은행) 주요 은행과 5개(전북·광주·대구·부산·경남은행) 지방은행 등 총 12개 은행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한·우리·IBK기업·SC제일·씨티·부산·대구·경남 등 8개 은행은 직원 근속연수를 산출할 때 비정규직을 제외했다. 반면 KB국민·KEB하나·전북·광주 등 4개 은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포함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12개 은행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한 총 직원 수로 계산했다.

  1인당 평균 급여 평균 근속연수
KB국민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비정규직 + 정규직
KEB하나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비정규직 + 정규직
전북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비정규직 + 정규직
광주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비정규직 + 정규직
신한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우리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IBK기업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SC제일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한국씨티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부산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경남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대구은행 비정규직 + 정규직 정규직

기업의 주요 고용지표인 평균 급여와 근속연수를 산정할 때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통계의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통상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급여와 근속연수가 높은 탓에, 평균 산정 시 비정규직을 제외하면 그만큼 더 높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더욱이 평균 연봉과 근속연수 모두에 통일된 기준을 적용한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지난해 직원 평균 근속연수를 15년(남자 17년, 여자 12년 6개월)이라고 기재했다. KEB하나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남자 17개월, 여자 13개월)이었다. 신한은행이 근소하게 더 길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전체 직원 1만4174명 가운데 근무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비정규직 755명을 제외한 1만3419명만을 대상으로 근속연수를 산정했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정규직 1만3054명에 비정규직 492명을 더한 1만3546명으로 계산했다.

총 직원 수는 신한은행이 더 앞섬에도 불구하고 근속연수 산정 대상은 KEB하나은행이 더 많다. 이렇게 되면 두 은행 직원들의 실질적인 근무기간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KEB하나은행의 근속연수가 더 짧게 나올 수밖에 없다. 산정 방식에 불합리한 차이가 있는 것.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 연수 산정에 서로 다른 기준을 두는 것은 은행권이 유독 심하다. 조사 대상 은행들이 속한 3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3곳 모두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연수를 산정 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를 포함했다.

카드업계와 비교해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롯데·삼성·현대카드) 중 현대카드를 제외한 6곳 모두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연수 산정 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했다. 현대카드만 평균 급여와 근속 연수 모두 정규직 직원만으로 산정했다 다만 두 항목에서 일관된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은행과는 차이점을 보였다.

가이드라인

은행권 제각각 공시는 금감원의 공시 작성 가이드라인에 해당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2월 28일 개정된 최신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보면 직원의 현황을 작성할 때 직원 수, 평균 근속연수, 연간 급여총액, 1인 평균급여액 등을 기재하고 추가적인 설명이나 그 밖의 정보는 따로 기술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는 작성지침이 별도로 있는데 급여의 경우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는 근로소득지급명세서 기준으로 기재하라고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반면 평균 근속연수와 관련된 지침은 전무했다.

때문에 은행들은 지금껏 자체적으로 기준을 잡고 제각각 고용지표를 산정해온 것이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제도팀 팀장은 이와 관련, “현재의 공시 작성 기준은 규정을 세부적으로 정해 놓지 않고 기업 측에서 재량껏 작성토록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작성 기준을 살펴본 후 필요한 조치 등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기준을 달리한 은행에서는 비정규직을 근속연수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공시 담당 관계자는 “은행의 비정규직은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이 대다수로써 수도 적고 은행에 소속돼 있는 기간도 비교적 짧다”며 “이들까지 포함해 근속연수를 계산한다면 오히려 실질적인 직원 근무 기간과는 다른 왜곡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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