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수저’에 칼 뽑은 국세청…미성년자 주식 부자 “나 떨고 있니?”
[이지 돋보기] ‘금수저’에 칼 뽑은 국세청…미성년자 주식 부자 “나 떨고 있니?”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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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이지경제DB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세청의 칼끝이 고액 금융자산을 보유한 미성년자 등 이른바 ‘금수저’들을 향했다.

국세청은 고강도 세무조사를 통해 미성년자의 고액 금융자산 취득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더욱이 최대 5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주식 부자의 위법성 여부에도 현미경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미성년자 주식 부자 대부분이 오너 일가로서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 등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만큼 다수가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5일 코스피 종가 기준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1999년 이후 출생) 주식 부호는 모두 19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보유 주식 가치가 100억원을 넘는 미성년자는 총 7명이었다.

미성년자 중 주식 부호 1위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손 임성연(15)군이다. 임군은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1.08%를 갖고 있다. 임군이 가진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68만4574주, 536억7000만원 규모다.

성연 군 다음으로도 6명의 한미 일가가 나란히 줄을 섰다. 임성지(12)양과 임성아(10양), 김원세(14)군, 김지우(11)양, 임후연(10)군, 임윤지(10)양으로 이들은 각각 한미사이언스 지분 1.05%(66만8571주)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환산하면 1인당 524억2300만원이다.

이에 임성연군부터 임윤지양까지 임성기 회장의 손자녀 7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3682억원에 달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주사로 지난 2011년 당시 한미홀딩스가 지주사로 전환한 뒤 이듬해 현재 사명으로 변경됐다. 임 회장의 손자녀들은 지주사 전환 이후 회사의 주식을 증여받거나 무상신주를 취득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주식을 가진 미성년자도 12명에 이른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손자인 조휘현(15)군과 조일현(13)군은 각각 한샘 주식 3만6915주, 45억2200만원어치를 가졌다.

이어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의 장남 곽호성(16)군이 44억9700만원, 차남 곽호중(11)군은 28억3500만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했다. 이화일 조선내화 회장의 손자인 이문성(14)군과 이서준(9)군은 각각 33억8700만원, 10억2500만원의 주식 재산을 갖고 있다.

이밖에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의 외손자 이승원(13)군이 23억6600만원, 김상헌 동서 회장의 손녀 김유민(10), 김현진(8)양이 각각 19억400만원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딸 조인영(16)양과 조인서(12)양도 각각 14억3900만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의 세습

이처럼 오너 일가가 아직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일찌감치 주식을 증여하는 이유는, 향후 주식가치가 올랐을 때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없이 부를 세습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납부할 세금을 더 낮추기 위해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에 미성년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2조의3에 따르면 직업이나 나이, 소득 등 자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가 재산을 증여받아 가치 상승 등으로 이익을 얻은 경우, 상승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가산가액으로 하도록 돼 있다. 즉, 미성년자가 이른 나이에 주식을 증여받더라도 주가가 올라 지분가치가 늘면 그만큼의 이익이 추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설사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수저 계급론’이라는 비하적인 표현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될 현상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주식 증여를 했다 하더라도, 윤리적인 측면에서 미성년자에게 수십~수백억원 대의 주식 증여를 하는 것이 올바른 도덕적 행위라고 볼 수 는 없다”며 “경영자들이 경영권과 부의 승계를 위해 미성년자에까지 주식 증여를 해 지분을 늘리는 것은 후진적인 행태다”고 꼬집었다.

국세청은 변칙적 자본거래나 주식 변동 과정을 이용해 세 부담 없는 증여나 경영권 편법승계가 없었는지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특히 주식‧예금 등 고액 금융자산을 보유한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범위를 확대해 지속적으로 탈세 여부를 검증한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금융추적조사를 통해 특수관계자 간 자금흐름 및 사주의 자금유출 등을 검증해 부정한 방법에 의한 탈세에 대해서는 고발조치 등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병철 국세청 상속증여세과장은 “미성년자 주식 부자들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는 요건에 맞는지, 신고 안 한 부분이 있는 지를 지속 점검하고 있다”며 “자금출처조사로 자금원천을 추적해 증여세 탈루 여부는 물론 자금 조성경위 및 적법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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