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됐지만 빚 질도 하락…신용대출 '이상 급증'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됐지만 빚 질도 하락…신용대출 '이상 급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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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빚의 질은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용대출이 이례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금리는 높고 담보도 없는 신용대출이 증가한 탓에 가계부채의 위험성만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의결한 '2018년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가계 연체대출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했다. 지난 2013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것. 연체율 자체는 2월 기준 0.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연체액 자체는 늘었다는 뜻이다.

이는 신용대출의 증가세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데다, 정부의 연이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대출 수요가 옮겨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신용대출이 급격히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지난해 10월 3조5000억원에서 11월 3조7000억원 늘어나 두 달 연속 역대 최대폭 증가 기록을 세웠다. 올 1분기에도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증가액을 나타내며 지난 2015년 1분기(-1조8000억원)와 2016년 1분기(7000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이너스였던 신용대출 연체액 증가율도 같은 시기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10월 2.1%로 올라선 뒤 11월 3.3%, 12월 3.5%, 올 1월 2.6%, 2월 9.2%까지 상승했다.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 연체액 증가율이 여전히 -2.9%에 머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 늘기 시작하면서 빚의 질도 나빠진 셈이다.

보고서는 "올해 들어 연체대출잔액 증가율이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취약차주 부채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취약차주들은 다른 차주에 비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약차주는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간 다중채무자면서 저신용(7~10등급) 이거나 저소득(소득 하위 30%)인 경우를 말한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82조7000억원으로 전년(78조5000억원)보다 5.4%(4조2000억원)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 수도 같은 기간 146만6000명에서 149만9000명으로 늘어났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기준 8.1%로 2015년(10.9%), 2016년(11.6%)에 비해 둔화되긴 했다. 다만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59.8%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소득에 비해 여전히 빠른 것이다.

한은 보고서를 통해 "현 시점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안정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가계부채의 총량이 이미 높은데다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금융불균형 누적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 추이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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