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신용카드사의 신기한 ‘이자 놀이’…“싸게 빌린 돈, 비싸게 대출해 드려요~”
[이지 돋보기] 신용카드사의 신기한 ‘이자 놀이’…“싸게 빌린 돈, 비싸게 대출해 드려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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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카드업계가 지난 한 해 동안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을 통해 3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1~2%대의 값싼 금리로 돈을 빌려놓고, 대출을 신청한 고객에게는 높은 이자를 물려 마진폭을 높인 것이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7개(KB국민‧신한‧우리‧하나‧삼성‧롯데‧현대카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부문별 손익 현황에 따르면 차입금과 사채 이자(조달 비용)로 총 1조6089억원을 사용했다.

조사 대상 카드사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장기대출) 등 대출서비스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4조5381억원(현금서비스 1조1388억원, 카드론 3조399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조달비용 대비 대출 수익률은 182.1%로 2.82배에 달하는 마진을 챙긴 셈이다.

카드사의 대출 마진율은 지난 2015년 132.2%에서 2016년 170%, 2017년 182.1% 등 지속 증가세다. 카드사들이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대출에 집중, 확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달비용 현금서비스 수익 카드론(장기대출) 수익 총 대출수익 마진율
2016 1조6248억 1조1549억 3조2292억 4조3831억 170%
2017 1조6089억 1조1388억 3조3993억 4조5381억 182.1%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의 마진율이 226%로 가장 높았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조달비용으로 1143억원을 사용해 현금서비스 1072억원, 카드론 2654억원 등 총 3726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어 신한카드가 3651억원의 조달비용으로 총 1조1455억원(현금서비스 3405억원, 카드론 8050억원)을 벌어들여 213.7%의 마진율을 기록했다. 국민카드도 2578억원으로 자금을 조달해 8020억원(현금서비스 1734억원, 카드론 6286억원)의 수익을 올려 마진율 211.1%를 달성했다.

또 우리카드가 조달비용 1361억원으로 4038억원(현금서비스 1125억원, 카드론 2913억원)을 벌어 196.7%를 기록해 3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이밖에 △현대카드는 조달비용 2443억원으로 6154억원(현금서비스 1311억원, 카드론 4843억원)을 벌어 마진율 151.9% △삼성카드는 조달비용 3103억원으로 7768억원(현금서비스 1804억원, 카드론 5964억원)의 수익을 내 마진율 150.3% △롯데카드는 조달비용 1819억원으로 4420억원(현금서비스 936억원, 카드론 3284억원)을 벌어 143%의 마진을 기록했다.

가장 수익률이 낮은 카드사 조차 조달비용 대비 2.5배에 가까운 마진을 챙기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구조다.

고금리

카드사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몇 년 간의 저금리 기조로 조달 금리는 낮았던 반면, 대출 금리는 고금리를 유지한 탓이다.

실제로 마진율이 가장 높았던 하나카드를 보면 지난해 평균 2.31%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전년(2.69%)보다 0.38%포인트 낮아진 이자율이다. 반면 현금서비스는 20%대, 카드론은 14%대의 높은 이자를 적용해 그대로 유지했다. 신한카드 역시 조달금리는 1.61%포인트에서 1.46%로 낮아진 반면 현금서비스는 19%대, 카드론은 14%대에서 변동이 없었다.

때문에 카드사들의 이자 비용은 2016년 1조6248억원에서 지난해 1조6089억원으로 1%(159억원) 줄었지만 같은 기간 대출 수익은 4조3831억원에서 4조5381억원으로 3.5%(1550억원) 늘어났다.

문제는 카드 대출의 고금리가 지속될수록 금융 소비자들의 빚 부담이 그만큼 증대된다는 점이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은 대출 절차의 간편성 때문에 소액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

이에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카드 대출 금리의 합리적 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금리 시대에도 카드사들이 대출에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저금리로 인한 이득을 본인들만 보려 하는 행태”라며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제대로 원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대출 금리를 적용하는지를 상시 감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올해부터는 카드사의 마진율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시장 금리 상승으로 카드사 조달비용이 늘어날 예정인 반면 법정최고금리는 인하된 탓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6년 만에 기준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올해도 2차례 가량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올해 8월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27.9%에서 24%로 인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회사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데, 시장금리가 오를수록 비싼 값을 물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조달비용도 늘어나는데, 최고금리는 인하되므로 그만큼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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