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영 받지 못하는 은행원 ‘점심시간’ 보장
[기자수첩] 환영 받지 못하는 은행원 ‘점심시간’ 보장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4.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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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 노사의 산별교섭 안건으로 나온 은행원 ‘점심시간 보장’ 요구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지난 12일 산별교섭에서 “은행원들의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행 영업점 직원들도 다른 직장인들처럼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점심시간 창구업무 중단’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금융노조는 현재 은행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8시간 노동→1시간 휴게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은행원들이 휴게시간 1시간을 온전히 사용한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나머지 74%는 1시간 이내로 썼다는 것. 실제로 은행원들은 점심식사를 교대로 하며, 그 시간은 30분도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같은 은행원들의 요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고액연봉, 후한 복리후생 등을 떠나 행원들도 한 사람의 ‘노동자’인 만큼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휴게시간을 요구할 권리는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은행원은 서비스직인 만큼 충분한 휴게시간 보장으로 업무 능률이 오르면 고객에게도 이익이니 적극 권장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은행원들은 점심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현재의 환경이 왜 만들어졌는지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은행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은행 창구 업무를 보려는 일반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서 은행에 들르는 것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회사 업무’ 때문이 아닌 ‘개인적인 업무’로 근무 시간에 사무실을 나와 은행을 방문하는 것도 다수 직장인들에게는 어렵다.

즉 일반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크루트와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가 성인 남녀 28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9.8%가 오프라인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점심시간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반차‧연차를 썼다는 응답자도 54.7%에 이른다.

직장인 고객들이 점심시간에 몰릴 수밖에 없게끔 영업 환경을 조성해놓고, 점심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은행은 소수의 사업자만 인가 받아 영업할 수 있는 ‘준공공기관’의 성격을 지닌다. 완전 경쟁을 국가 차원에서 막아주고 공공재를 통해 예대마진으로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다. 은행원들은 이 덕분에 고연봉과 복지 혜택을 받는다.

은행원의 권리와 삶의 질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은 국민, 소비자의 편의가 돼야 할 것이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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