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동산담보대출, 5년 새 반 토막…금융당국, 활성화 ‘천명’에 은행권 ‘거부감’↑
[이지 돋보기] 동산담보대출, 5년 새 반 토막…금융당국, 활성화 ‘천명’에 은행권 ‘거부감’↑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5.0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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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기업의 기계설비나 원자재, 매출채권, 농축산물 등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동산담보대출’이 사양길을 걷고 있다.

담보 감정이 비교적 쉽고 가치가 확실한 부동산과는 달리 동산은 가치 평가와 관리가 어려워 은행에서 대출을 꺼리는 탓이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원활한 자금 융통과 금융 부담 감소를 위해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활성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동산 담보 리스크와 한계 탓에 관련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2013년 말~2017년 말)간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085억7300만원에서 1488억2000만원으로 51.8%(1597억5300만원) 급감했다.

동산담보대출은 부동산 담보가 어려운 농가나 영세업체 등의 자금줄을 터줄 목적으로 지난 2006년 처음 등장했다. 공장 기계설비나 철근 등의 원자재, 농축산물, 매출채권 등의 유형 자산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은행권이 그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동안 동산담보대출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2년 6월말 110억1900만원에 불과했던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013년 말 3085억7300만원, 2014년 말 3132억5700만원을 찍으며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불거진 모뉴엘 사태 이후 동산담보대출은 탄력을 잃기 시작했다. 모뉴엘 사태는 국내 종합가전업체인 모뉴엘이 분식회계와 수출 채권을 부풀려 은행권에서 매출채권을 담보로 거액의 자금을 융통해 회사를 꾸리는 등의 사기 행각을 벌인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매출채권도 동산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이 사건은 동산담보대출의 허점을 대놓고 드러낸 셈이다.

이후 은행권이 동산담보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2014년 최고점을 찍은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이듬해인 2015년 말 2589억300만원, 2016년 말 1935억7300만원 등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었다.

연도 2013 2014 2015 2016 2017
잔액 3086억원 3133억원 2589억원 1936억원 1488억원

은행별 동산담보대출 잔액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IBK기업은행이 671억9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311억3600만원), KEB하나은행(252억1600만원), 신한은행(114억8100만원), NH농협은행(81억8100만원), 우리은행(56억1300만원) 순이었다. 동산담보대출이 가계보다 대출 규모가 큰 중소기업 등에서 주로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활성화?

정부와 금융당국은 동산담보대출 시장의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동산담보대출에 집중한 모양새다. 더욱이 부동산 중심의 현행 담보 관행을 타파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중심의 낡은 담보 관행에서 벗어나 편리하고 다양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비부동산 담보 활성화 방안을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같은 달 ‘동산담보 활성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3월 중으로 내놓겠다는 계획과는 달리 두 달이 다 되도록 활성화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동산담보대출의 기존 제도가 허점이 많고, 동산담보 자체의 위험성이 높아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탓이다.

은행권도 동산담보 시장의 재활성화가 썩 반갑지는 않은 눈치다.

부동산과 달리 동산은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각 은행이 담보물을 일일이 추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채무자가 이미 은행에 잡힌 동산 담보를 다른 은행에 다시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는 이중 담보 제공의 우려, 제3자가 담보물인지 모르고 해당 동산을 선의취득 했을 때 은행의 대항력이 부족해지는 등의 불확실성이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다.

설사 담보권을 온전하게 실행한다 하더라도 해당 동산 담보 시장이 활성화돼있지 않으면 제값을 받고 처분하기도 어렵다. 또 동산은 감가상각이 적용되기 때문에 담보 가치를 판단하기도 힘들 뿐더러 한번 정한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도 은행의 기피를 부르는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동산 담보는 부동산에 비해 위험성이 크고 가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계 설비 등의 경우 노후화 등 그 가치가 떨어져 담보로 받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동산 담보대출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도입해 동산 담보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담보권 실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해 위치 추적이 가능한 동산담보 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기술 적용을 통해 동산 담보가 가진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며 “은행은 다양한 유형의 동산 담보를 평가할 수 있도록 외부 감정평가기관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유형별로 담보 회수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은행 간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감독당국도 특정 동산 담보의 적격 담보 여부 판단 시 동산 담보의 유형별 성격을 충분히 감안하는 등 규제 적용의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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