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수염이 무슨 죄!” 비싸도 너무 비싼 면도날 가격…짝퉁부터 호갱 논란까지
[이지 돋보기] “수염이 무슨 죄!” 비싸도 너무 비싼 면도날 가격…짝퉁부터 호갱 논란까지
  • 한지호 기자
  • 승인 2018.05.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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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모처의 A할인마트 면도기 코너. 사진=한지호 기자
경기도 수원 A할인마트 면도기 코너. 사진=한지호 기자

[이지경제] 한지호 기자 = #하루만 지나도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서 임꺽정으로 불리는 직장인 김깔끔(35세)씨는 면도날 교체 주기가 다가올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김깔끔씨는 “면도기보다 비싼 면도날 가격 때문에 화가 난다. 소모성 부품에 2만원이 넘는 돈을 쓴다”면서 “지인이 추천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 제품으로 갈아탈까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수염이 무슨 죄인가? 비싸도 너무 비싼 면도날 교체 비용에 남성들이 제대로 뿔이 났다.

질레트와 쉬크, 도루코 등 유명 업체의 면도날 교체 비용은 적게는 1만7800원부터 많게는 2만5900원에 달한다.

4개입 제품을 구매 후 2주 단위로 교체하면 1년에 총 6회 구입하는 꼴이다. 최고가를 적용하면 소모성 부품에 들어가는 연간 비용은 25만5900원에 이른다.

이에 한 푼이라도 아끼면서 깔끔함을 유지하고 싶은 남성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저가 면도날 찾기 삼매경이다. 발 빠른 중국 상인들이 짝퉁 질레트를 내놓을 정도.

더욱이 질레트 미국 본사가 창사(1901년) 이후 117년 만인 지난해 4월4일 일부 면도날 가격을 약 20% 할인한 후 1년이 훌쩍 지났지만 국내 할인은 감감무소식이어서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 논란까지 일고 있다.

9일 네이버쇼핑 인기(랭킹 기준) 면도기 제조사 질레트, 쉬크, 도루코의 면도날(4개입 기준) 최저가는 ▲‘질레트 퓨전 프로글라이드 파워’ 1만7990원 ▲‘쉬크 하이드로5’ 1만2650원 ▲‘도루코페이스7’ 1만원(면도기 포함) 등이다.

오프라인 기준 가격은 더 비싸다. A할인마트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질레트 퓨전 프로글라이드 파워 2만5900원 ▲쉬크 하이드로5 1만7900원 ▲도루코페이스7 1만7800원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관련 시장은 질레트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픈마켓(개인 또는 소규모 업체가 온라인상에서 직접 상품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을 중심으로 질레트 호환 면도날이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들은 4개입 정상가의 반값도 안되는 6800원~9900원 수준이다. 제조사도 명확히 표기돼 있지 않은 중국산으로 이른바 ‘짝퉁’이다.

중국산 '짝퉁' 질레트 호환 면도날. 정품과 외관상으로 차이가 없었다. 사진=한지호 기자
중국산 '짝퉁' 질레트 호환 면도날. 정품과 외관상으로 차이가 없다. 사진=한지호 기자

가성비

국내 스타트업 기업 와이즐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독일산 면도날(4개입 기준)을 9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면도기와 면도날 2개는 배송비 없이 8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중간 유통 마진, 광고비 등을 절감해 가격을 낮췄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정기 구매를 이용하면 배송비 없이 8900원에 설정한 기간(1개월~6개월)마다 자동 구매할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성능은 수입산 면도날에 뒤지지 않았다. 우선 절삭력이 준수해 면도기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 아울러 눕혀서 보관할 수 있도록 디자인 돼 있어 사용 후 건조가 쉬웠다.

와이즐리 면도기. 사진=한지호 기자
와이즐리 면도기. 사진=한지호 기자

구매자들의 평가도 좋다. 한 구매자(wkfr****)는 리뷰를 통해 “몇 만원짜리 날 사가면서 면도하던 돈이 너무 아깝다”며 “너무 맘에 들어 무조건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매자(choo****)는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질레트 살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는 “유통구조를 단순한 것이 저렴한 가격의 비결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하고 있다”면서 “광고를 줄이고, 브랜드 스토리 기반의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고 밝혔다.

면도날 교체 주기를 연장할 수 있는 제품도 인기다. 덴마크 ‘레이저핏’은 면도날 클리너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면도날을 문질러 세척하는 패드다. 면도날 사이의 이물질과 노폐물을 제거해 사용 기간 연장을 돕는다. 관련 제품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일부 드러그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다.

레이저핏 관계자는 “면도날이 오래 안 가는 이유는 예리함이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이물질과 노폐물이 끼기 때문”이라며 “클리너를 사용하면 면도날을 최대 8배까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가의 면도날 가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질레트 등은 가격 인하 등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질레트 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뉴스컴 관계자는 “본사 담당자에게 가격 인하 여부 등에 대한 내용을 전달했다”면서 “답변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직접 문의할 수 있도록 담당자 연결을 부탁하자 “직접 통화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질레트 미국에서는? 불안한 1등…창사 첫 가격 인하까지

질레트가 본고장 미국에서 고가 정책을 철회하고 창사 첫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경쟁자의 출현 때문이다.

질레트의 미국 면도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0년 70% 수준에서 2016년 54%까지 하락했다.

이는 ‘달러쉐이브클럽’과 ‘해리스’의 등장 때문이다. 이들은 2011년부터 정기구매서비스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다윗의 도전에 골리앗(질레트)은 온라인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질레트가 지난해 4월4일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당시 질레트 미국 본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화 21.49~24.49 달러(2만3182원~2만6425원)였던 질레트퓨전 프로글라이드5(4개입)의 가격을 17.99~22.49달러(1만9411원~2만4267원)로 낮췄다고 밝혔다. 약 20% 할인된 가격이다. 질레트가 가격을 인하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질레트 미국 본사는 가격 인하와 관련,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면도날 가격이 비싸다고 호소해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호 기자 ezyhan1206@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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