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검찰이 LG그룹 오너 일가의 100억원대 탈세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9일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본사 재무팀에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해 세무‧회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국세청으로부터 구본무 회장 등 LG그룹 총수 일가가 LG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LG상사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계열사 간 거래 관계와 오너 일가의 주식 변동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세금 탈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LG상사가 지주사인 (주)LG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일련의 과정과 연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LG는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열어 구 회장 등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296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LG상사는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어 LG그룹의 경영 승계 캐스팅보트로 부상했다
국세청은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았던 LG상사와 LG그룹 계열사 간의 거래 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혐의점을 보다 구체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관련자 소환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LG그룹은 경쟁 그룹들이 국정농단이나 오너 갑질 등의 논란으로 홍역을 치루는 와중에도 별다른 구설이 없는 기업으로 통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압수수색이 전격 이뤄짐에 따라 LG그룹 내에서도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LG그룹 관계자는 “일부 특수관계인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고, 그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