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교수님 모십니다!”…은행권 사외이사, '10명중 5명=현직 교수'
[이지 돋보기] “교수님 모십니다!”…은행권 사외이사, '10명중 5명=현직 교수'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5.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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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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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 사외이사 10명 중 5명은 현직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함에도, 학계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은행권의 유별난 교수 사랑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더욱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교수들의 전공 분야도 경영이 대다수였고, 경제‧법률‧IT 등은 소수에 불과해 견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은행연합회에 제출된 8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 은행의 사업보고서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말 기준 조사 대상 은행의 사외이사는 총 35명이다. 이 중 현직 교수는 17명(48.6%)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5명꼴이다. 이밖에 법조계 3명, 전‧현직 공공기관‧단체장 7명, 기업인 8명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별 사외이사 비중을 보면 연세대와 고려대, 중앙대, 국민대 재직 교수가 각각 2명씩이다. 이밖에 서울대와 성균관대, 이화여대, 서강대, 단국대, 홍익대, 명지대, 동아대, 방통대 교수가 각각 1명이다.

전공별로 분류하면 경영학 교수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법률 3명, 경제 2명, 컴퓨터 2명, 행정 1명 순이다.

은행별로 보면 사외이사 중 교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씨티은행이다. 사외이사 전원(4명)이 현직 교수다. 씨티은행 사외이사는 김경호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와 안명찬 명지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등 경영 전공 교수 2명, 한상용 중앙대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와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KB국민은행은 총 4명(임승태, 권숙교, 박순애, 유승원) 중 2명이 현직 교수다.

박순애 사외이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다. 유승원 사외이사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교수 출신인 임승태 사외이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직함은 금융채권자조정위원장이다. 권숙교 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조사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로 사외이사를 구성했다. 총 6명(황선태, 인호, 황국재, 이성우, 박원식, 후츠다 히로시)으로 이 중 교수는 3명이다.

이성우 사외이사는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인호 이사는 고려대학원 컴퓨터학과 교수다. 황국재 이사는 서강대 경영학부에서 교단에 선다. 이들 외에 황선태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 일본 기업 코와의 후쿠다 히로시 이사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사외이사 5명(김인배, 고영일, 이정원, 김남수, 황덕남) 가운데 김인배 사외이사가 유일한 교수 신분이다. 그는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다.

이밖에 이정원 이사는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을 지냈고 김남수 이사는 코오롱 사장 출신이다. 황덕남 이사는 한국법학원 상임이사를 지냈다. 고영일 이사는 우리회계법인의 시니어 파트너 경력이 있다.

우리은행은 과점주주인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IMM PE 등이 추천한 인사로 사외이사를 선임해 교수 출신은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1명이다. 나머지는 노성태 전 한국경제연구원장,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 전지평 북경 FUPU DAOHE 투자관리유한회사 부총경리,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금융전문인들이 맡고 있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은 이효익(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남유선(국민대 법과대학), 강명현(단국대 경제학과) 사외이사가 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C제일은행도 이은형(국민대 경영대학), 장지인(중앙대 경영경제대학), 오종남(한국방통대) 교수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교수 집단이 없다. 이승재 사외이사는 경찰대학 출신으로 대학교에 몸을 담고는 있지만 교육진흥재단의 이사장으로서 교수 신분은 아니다. 이용근 사외이사는 전 금융감독원장 출신이며 김정훈 이사는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물난?

은행권이 사외이사로 교수를 선호하는 이유는 후보 선택이 까다로운 탓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사외이사는 금융과 경제, 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선임해야 한다. 다만 은행과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거나 사업상 경쟁 관계 또는 협력 관계에 있는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둘 수 없다.

예를 들어 해당 은행의 법률 자문이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2년 이내에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회계법인의 전문가나 금전거래가 있는 기업인도 후보에서 제외된다.

때문에 전문‧실무지식을 갖추면서도 은행과 딱히 거래나 경쟁 관계가 없는 인재풀로 교수가 각광받는 것이다.

더욱이 교수들은 각종 기관이나 학회, 단체 등에서 자문 역할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 당국의 정책 방향이나 시장 동향 등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인호, 이성우 신한은행 사외이사는 지난해 각각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정책자문단위원과 평가위원장을 겸임했다. 우리은행의 박상용 사외이사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고 박순애 국민은행 사외이사도 예금보험공사 정책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남유선 농협은행 사외이사는 현재 금융위의 법률자문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은행과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를 선정하려다 보니 교수 쪽으로 집중된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이사진 구성을 위해 매년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사외이사, 거수기 역할 여전

은행권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8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 은행이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2017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총 119회의 이사회에서 429건의 결의안건을 처리했다. 이 중 422건이 원안가결 됐고 수정결의 6건, 조건부 결의 1건이었다. 부결은 없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안건은 사외이사 전원 찬성(불참 제외)에 의해 가결됐으며 반대 의견은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일하게 찬성 외 의견이 나온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이사회 의장 선임 및 직무대행 선임안건에 대해 오찬석 하나은행 사외이사가 기권표를 던진 바 있다. 다만 이는 오 이사 본인이 의장으로 선임되는 안건인 탓에 관례상 기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경영진 측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견제장치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경영진의 추천과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사외이사 선임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사외이사 중 일정 비율은 소액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로 선임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사외이사가 겸직하는 감사위원 역시 별개로 선출해야 제대로 된 감독과 견제 기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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