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제3 인터넷전문은행”vs업계, “은산분리 완화부터” 갑론을박
[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제3 인터넷전문은행”vs업계, “은산분리 완화부터” 갑론을박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5.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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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당국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금융권 반응은 시큰둥이다.

케이(K)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등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초기 반짝 돌풍 후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성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인 탓이다.

이에 관련 업계는 금융당국의 의지와는 달리 가장 중요한 규제(은산불리) 완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설립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외형 성장은 물론 은행권의 경쟁 촉진 등 이른바 '메기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은행권 전반에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확대됐고, 2%대 금리의 예‧적금 특판 상품이 앞 다퉈 출시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테스크포스(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는 금융업 진입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테스크포스(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는 금융업 진입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성과에 고무된 금융당국은 메기 효과 확대를 노린다는 복안이지만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저해하는 은산분리 규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탓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차단한 조치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만 제한된다.

은산분리는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관련 규제로 인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설립‧경영 주체인 KT와 카카오는 산업자본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분과 의결권이 묶여 있다. 때문에 두 은행은 모두 자본 확충에 애를 먹고 있다.

지지부진

이에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3건이 계류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상한선을 34~50%로 늘려 자본 확충을 용이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세 법안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1월에 발의됐지만 접수 후 첫 단계인 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만 1년 반째 머무르고 있다.

금융위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를 추진할 당시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사업자를 모집했다. 이에 여러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2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했지만 정작 은산분리는 해결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국회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면서도 현행법 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해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새 사업자가 진입한다면 그만큼 시장 규모가 커지고 기존 인터넷은행들도 다시 소비자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나눠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진출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설사 진출하려 해도 주주 구성 단계에서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응 싸늘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다고 해도 경쟁력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로,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인지도를 등에 업고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선도’가 떨어지는 만큼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지 않는 한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시장 역시 이같은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모양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배를 마신 인터파크가 금융위 발표 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욱 인터파크 홍보팀 차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검토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금융당국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이 아니므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조급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시장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발표를 남발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검토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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