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채용비리 얼룩졌던 은행권 채용문 다시 ‘활짝’…올해 키워드는 ‘필기전형’
[이지 돋보기] 채용비리 얼룩졌던 은행권 채용문 다시 ‘활짝’…올해 키워드는 ‘필기전형’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5.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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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채용비리 논란으로 얼룩졌던 은행권 채용문이 다시 활짝 열렸다.

금융당국의 ‘세대 간 빅딜’을 강조한 적극적인 신규 채용 독려와 은행연합회의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의 윤곽이 나오자 이에 맞춰 채용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것.

은행권은 채용비리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개인의 신상 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방식을 강화한다. 또 논란을 부채질했던 임원추천제를 폐지하고, 필기전형과 외부 전문기관 평가를 도입하는 등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 은행은 올해 신규채용을 2700명 이상으로 늘릴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2200명)보다 500명가량 많은 규모다.

  2017년 2018년(전망)
KB국민은행 500명 600명 이상
신한은행 480명 750명 이상
우리은행 595명 750명 이상
KEB하나은행 250명 250명 이상
NH농협은행 350명 350명 이상
합계 2180명 2700명 이상

먼저 KB국민은행은 전년(500명)보다 100명 많은 600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세웠다. 다음 달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을 시작으로 오는 9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한다. 특히 디지털 금융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전 계열사에서 빅데이터 등 IT 전문 인력 100명 이상을 선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300명을 선발하고 하반기에 지난해 규모(450명)보다 많은 인원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서울시금고의 1금고를 유치하면서 이에 따른 추가 인력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하반기에 지난해(250명)를 넘어선 규모로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채용을 시작한 은행들도 인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마찬가지다.

지난 3월부터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우리은행은 전년(595명)보다 26% 늘어난 750명을 뽑는다. 일반직 200명의 채용 과정이 마무리 중이고 7월에는 개인금융서비스 직군 250명, 10월에는 일반직 채용을 통해 나머지 인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상반기에만 350명 규모의 신규 직원 채용을 실시했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채용한 인원과 같은 규모다. 하반기에도 추가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얼어붙었던 은행 채용문이 갑작스럽게 활짝 열린 것은 금융당국의 독려가 먹혀든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은행권은 올해 채용에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부터 시작된 주요 시중은행 의 채용 비리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면서 몸을 사린 것이다. 이에 지난달까지 공채를 실시한 곳은 우리, NH농협은행 단 두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른바 ‘세대 간 빅딜’을 강조해 채용을 독려하자 은행권도 부담을 털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대신 고용 창출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또 이달 말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퇴직금을 많이 줘서 희망퇴직을 하면 10명 퇴직 때 7명 젊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에 이를 권장하고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이번 은행권 채용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필기전형이다. 신한과 우리은행이 새롭게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은행연합회에서 마련한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이 반영된 결과다.

모범규준은 은행권의 채용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채용 가이드라인이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채용 비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범규준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은행연합회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안을 만들었고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위해 필기시험을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필기전형을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도입했다. 1990년대부터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신한은행 역시 이번 상반기 채용부터 필기전형을 진행한다.

모범규준은 권고사항이므로 의무적으로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지원자 선정에 변별력을 높이고 부정채용을 예방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두 은행이 공감해 적극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고시’가 부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급작스럽게 변한 취업 환경이 입행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그러나 기존에도 KB국민,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다수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필기전형을 진행했던 만큼 고시 부활이라는 지적에는 어폐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에 필기전형을 진행했던 은행들이 더 많았던 상황이고, 그동안 실시하지 않았던 은행들이 올해 도입한다고 해서 이를 고시 부활이라고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취준생들도 보통 특정 은행 한 곳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생각 된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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