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뒷방 모셨던 어르신에 VIP룸 활짝…시니어 고객 쟁탈전 가열
[이지 돋보기] 은행권, 뒷방 모셨던 어르신에 VIP룸 활짝…시니어 고객 쟁탈전 가열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5.28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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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어르신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그동안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를 강화하면서 비용 절감 및 효율성 증대 등을 이유로 영업점‧ATM(자동화기기)기를 줄여왔다. 이에 상대적으로 창구거래 의존이 높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노인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고 이들 계층이 가진 자산 규모가 증가하는 등 고령층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자 노인 편의를 위한 서비스와 콘텐츠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

흡사 뒷방에 모셔놓고, 가끔 문안인사나 드리더니 땅 값 폭등 소식에 이제는 문턱이 달토록 찾는 모양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 은행은 만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존에는 기껏해야 큰 글씨 서비스 제공 등에 불과했던 고령층 편의 서비스가 점차 ‘시니어 고객 전문 상담 창구’, ‘시니어 고객 특화 앱’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 특화 서비스인 모바일 플랫폼 ‘KB골든라이프 뱅킹’을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조회‧이체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고령층이 이용하기 알맞게 간편화하고 시력이 안 좋은 노인들을 위한 글씨체 확대 기능을 넣었다. 또 노인층의 관심이 높은 건강과 여가 등 관련 상품에 대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시니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영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KB골든라이프 고객 자문단’을 2기째 운영하고 있다. 또 ‘KB골든라이프 연구소’에서 노인 관련 주제로 다양한 연구와 전망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허인(앞줄 왼쪽 다섯번째) KB국민은행장과 박정림(앞줄 왼쪽 네번째) KB국민은행 WM그룹 대표가 지난 2월 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제2기 'KB골든라이프 고객자문단' 발대식에 참여해 자문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문단은 시니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영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진=KB국민은행
허인(앞줄 왼쪽 다섯번째) KB국민은행장과 박정림(앞줄 왼쪽 네번째) KB국민은행 WM그룹 대표가 지난 2월 2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제2기 'KB골든라이프 고객자문단' 발대식에 참여해 자문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문단은 시니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영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진=KB국민은행

신한은행은 은퇴했거나 이를 앞둔 고객들을 위한 모바일 앱 ‘미래설계포유’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는 물론 △은퇴설계 컨설팅 △노후 재취업을 위한 자격증 무료교육 등 은퇴자들의 제2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행복동행금융창구’를 전국 780개 점포에 설치했다. 창구에 고령층 응대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하고 응대지침을 숙지한 직원을 배치해 원활한 서비스를 돕는다.

또 콜센터에 시니어전문 금융상담사를 배치해 고령금융소비자의 특성에 맞게 알기 쉬운 용어로 안내하고, ARS를 천천히 듣고 이해하기 쉽도록 ‘느린말 서비스’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20~30대가 주 고객층인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역시 지난 3월 고령층 고객의 상담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 전화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담 전화 연결 시 복잡한 메뉴 선택 없이 곧바로 전문 상담원과 연결되도록 이동 경로를 최소화했다.

블루오션

은행들이 이같이 시니어 고객 모시기에 나서는 것은 향후 고령층이 국내 금융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8일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표한 ‘고령화 진전에 따른 금융부문의 역할’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8%(708만명)이다.

은행 예금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총 125조5000억원에 달한다. 대출액도 52조2000억원으로 총 대출액의 7.9% 비중이다. 더욱이 담보‧보증 대출의 경우 잔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노후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택연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연금 지급액은 2조6969억원(지급 건수 4만3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인 2012년 말(5193억원)보다 5배 불어난 규모다.

금융자산 비중이 낮은 국내 가계 자산 구조상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안전 자산을 확보하려는 경향 등이 반영되면서 주택연금 이용이 늘어난 것.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고 고령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는 국내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즉, 은행 입장에서는 그 규모와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전되는 2020년대 후반까지는 국내 금융 산업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경수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연구원은 “보유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50대 후반 가구주 수 증가로 금융자산 규모가 2028년경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장기간 동안 자금을 축적‧처분할 수 있는 연금 등 가입이 늘면서 장기금융자산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다만 그 이후에는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저금리로 인해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문서비스 및 PB영업 확대 등 새로운 영업모델 및 수익원 다각화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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