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외면했던 중‧저신용자에 화해 손짓?…앞 다퉈 ‘중금리 대출’ 확대
[이지 돋보기] 은행권, 외면했던 중‧저신용자에 화해 손짓?…앞 다퉈 ‘중금리 대출’ 확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6.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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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사
사진=각 사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중금리 대출은 일반적으로 연 5% 이하 저금리와 20% 이상 고금리 대출 사이에 있는 중간 금리 대출 상품을 말한다. 금리는 연 10%대 안팎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신용등급 4~7등급을 겨냥한 상품인 것.

은행권은 그동안 중금리 대출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 격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올해 들어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며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천명함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주로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든 선두주자는 NH농협은행이다. 지난 4월 중금리 신용대출상품인 ‘NH e직장인중금리대출’을 내놨다.

이 상품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전용 중금리 대출이다. 재직기간 1년 이상인 법인기업 직원이라면 인터넷‧스마일뱅킹을 통해 최대 2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4.2~11.3%로 중도상환해약금도 없어 유연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KEB하나 편한 중금리 대출’을 출시했다. 모바일 전용 상품으로 사회초년생과 프리랜서, 주부 등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한도 차감 없이 연 4~6%로 최대 1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별도로 중금리 상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사잇돌 대출의 금리를 인하했다. 만 29세 이하 청년층과 만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금리 0.2%를 제공해 최저 연 6.22%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 했다. 또 한국금융연수원 등 기관과 협의해 다음 달 중으로 금융 교육을 이수한 고객에게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위비모바일 대출’을 중금리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서울보증보험과 협의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주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 플랫폼을 마련해 계열사별로 한도와 금리를 나누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먹거리

은행권이 중금리 대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포용적 금융’에 발맞추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포용적 금융 정책방향을 제시하면서 그 수단으로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천명했다. 금리인상 기조와 양극화 등 경제‧사회 전반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대응능력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지난해 3조5000억원에서 올해 4조2000억원으로 늘리고 이를 오는 2022년까지 연 7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의 미래 가능성을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액(사잇돌 대출 제외)은 2조7812억원으로 전년(9481억원) 대비 2.9배나 늘었다. 잔액 역시 2016년 말 9809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3683억원으로 지속 증가세다.

더욱이 올해 들어 중금리대출 가중평균금리도 16.5%로 전년(18%)보다 1.5%포인트 낮아지면서 대출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와는 달리 은행권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기에 알맞은 환경이 조성된 것.

당초 은행권이 중금리 대출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인 부실 위험성도 향상된 신용분석 기술을 통해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정책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도 있고,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 기술 발달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며 “부실 위험이 줄어들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의 유효성이 검증되기에는 기간이 짧은데다, 연체율 추이 등 분석이 부족한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류창원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용정보가 부족하거나 중‧저신용자에 대해 빅데이터 등을 통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이 등장하고 있으나, 향후 2년~3년 동안은 다양한 방법으로의 유효성 검증이 필요하다”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서민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을 급속 확대했다가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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