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문 정부 ‘생산·포용적 금융’에 발맞추기…지속 가능성은 “글쎄요”
[이지 돋보기] 은행권, 문 정부 ‘생산·포용적 금융’에 발맞추기…지속 가능성은 “글쎄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6.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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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정부의 금융 정책 방향인 ‘생산·포용적 금융’에 적극 발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은행권이 그동안 보여 온 모습 탓에 회의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 과거 새 정부 출범에 맞춘 금융 정책·상품들을 내놨다가 정권이 바뀌면 폐지하는 모습이 되풀이 돼 왔다.

실제로 은행들은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가 출범과 함께 ‘녹색금융’, ‘창조금융’ 등을 천명하자 이에 발맞춰 관련 상품들을 대거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현재 판매 중인 상품은 찾아볼 수 없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은행권 성과연봉제’ 같은 정책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등 주요 정책이 동력을 잃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정부의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동산담보대출’과 ‘중금리대출’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먼저 동산담보대출은 공장 기계설비나 철근 등의 원자재, 농축산물, 매출 채권 등의 유형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해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인프라와 법‧제도 개선을 위해 동산가치평가의 정확성, 활용도를 높이고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은행의 담보 관리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동산담보 활용 기업에는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제공한다. 은행에는 자금조달비용과 건전성관리 부담을 낮춰주는 등 은행의 적극적 취급 유인도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동산담보대출 규모를 오는 2022년 6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주요 은행도 관련 상품을 속속 준비해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지난 5월 IoT 기반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다. 타 은행 역시 새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준비 중이거나 기존 상품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포용적 금융’ 일환으로 추진 중인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도 동참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금리 대출은 통상 연 5% 이하 저금리와 20% 이상 고금리 대출 사이에 있는 중간 금리 대출 상품으로 지금까지는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했다.

그러나 금융위가 지난 1월 중금리 대출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자 은행권도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4월 ‘NH e직장인중금리대출’을 출시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말 모바일 전용 ‘KEB하나 편한 중금리대출’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사잇돌 대출의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활성화에 합류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위비모바일 대출’을 중금리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주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 플랫폼을 마련해 계열사별로 한도와 금리를 나누는 방식을 계획 중이다.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포용적 금융'의 일환으로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천명했다. 사진은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 참여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포용적 금융'의 일환으로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천명했다. 사진은 최종구(오른쪽 첫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 참여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회성?

은행권이 문 정부의 금융정책이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정권과 코드를 맞추는 일회성 이벤트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산담보와 중금리대출의 경우 은행권이 리스크 등의 이유로 꺼려왔던 만큼, 금융정책의 방향이 바뀌면 빠르게 축소․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동산담보대출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부터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다가 이후 내리막길을 걸은 전적이 있다.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 기준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012년 6월말 110억1900만원에 불과했다가 2년 만인 2014년 말 3132억57000만원까지 불어나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탄력을 잃기 시작하며 이듬해인 2015년 말 2589억300만원, 2016년 말 1935억7300만원 등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동산담보대출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추진한 정책이었는데,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추진력이 약해졌고 은행도 굳이 불확실한 동산담보대출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었기에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은 사례는 많다. 2016년 금융위의 주도 하에 시중은행에 도입했던 성과연봉제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자취를 감췄다. 같은 해 3월 등장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역시 금융위의 밀어주기에 힘입어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가 1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 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6개월 연속 가입자가 줄어들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정권 교체로 시들해진 케이스다. 현재 케이(K)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최대 10%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두 은행은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 조건으로 출범했지만, 새 정부와 집권 여당이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회가 판단할 사항”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데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한 마음에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한다면 시장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며 “정부는 방향만 제시하고 시장 실패 영역에 마중물 역할만 수행하고, 시장의 자율 기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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