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토크] 이동통신 상담원 “우리도 사람이다!”…“폭언‧욕설 대신 친절한 말 한마디 절실”
[블라인드 토크] 이동통신 상담원 “우리도 사람이다!”…“폭언‧욕설 대신 친절한 말 한마디 절실”
  • 이민섭 기자
  • 승인 2018.06.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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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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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이민섭 기자 = 직장인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에게 소통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블라인드 토크’. 고구마 같은 현실에서 사이다 같은 해법과 통쾌한 반전을 기대한다〈편집자주〉.

블라인드 토크 2탄. 오늘 주인공 A(27‧여)씨는 전라북도 전주 소재 모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3년차 정규직 직원이다.

이번 블라인드 토크 인터뷰는 지난 15일 오후 7시 전화통화로 진행됐다. 업무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A씨의 목소리가 생기를 잃었다.

A씨는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니 벌써부터 우울해진다”면서 “하루 평균 30건 이상의 소비자 상담을 유선상으로 진행하다보니 감정노동이 이렇게 힘들 줄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루에 적게는 15건 많게는 3‧40건 이상의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민원이 쏟아진다”면서 “특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폭언과 욕설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근무 초창기 폭언‧욕설이 담긴 민원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했다. 눈물과 술로 밤을 보냈다”며 “스트레스는 짜증으로 바뀌었고, 온전히 가족과 친구들에게 향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업무에 적응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이 같은 문제로 힘들어하는 후배 상담사들을 위로해 줄 수 있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환경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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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근무하는 지역인 전북에서는 최근 모 이동통신사 고객센터 상담사가 ▲악성 민원 전담 ▲상품 판매 강요 등 부당 근무 여건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A씨의 근무 여건이 궁금했다. 사건 이후 근무 환경이 상당 부분 개선된 듯 했다.

A씨는 이와 관련, “근무 여건이 좋지 않고, 사건사고가 많아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하셨다”면서 “현재는 상담원들이 고객 상담 전화 업무만 담당하게 되는 등 부당한 근무 여건이 많이 개선된 상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폭언·욕설·음란 등의 악성 민원을 상담사의 판단 하에 상담 종료 즉, 전화를 끊을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상담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캠페인 영상 등이 많이 제작되고, 정부기관 등에서 상담원 처우 개선 등의 대책이 마련돼 한결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과거보다 근무 환경 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급여 체계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

A씨는 이에 대해 “1년차 당시 급여가 100만원 대 초반 수준으로 너무 짰다. 첫 월급을 받고 통장을 확인한 후 실망감이 컸다”면서 “연차가 쌓이면서 급여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졌지만, 후배들을 보면 안쓰럽다. 급여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당부

목소리로 인격을 표출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대하는 A씨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고객은 당연히 매너 좋은 고객이다.

“매너가 좋은 고객들은 항상 기억에 남아요. 정말 사소하고 간단한 상담이었지만 마지막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듣고, 울컥해서 눈물을 펑펑 흘렸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반대로 기피하고 싶은 진상 고객에 대해서는 “상담 시작부터 끝까지 육두문자를 날리는 고객들은 오히려 무시하거나 가볍게 넘길 수 있다”면서 “비꼬거나 비하 발언을 일삼는 고객, 과한 보상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은 정말 기피하고 싶다”고 혀를 내둘렀다.

A씨는 상담 업무를 시작하면서 바뀐 것이 하나 있다. 자신 역시 과거 상담원들에게 상당히 불친절했다고. 이제는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항상 “감사하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등의 인사를 남긴다.

A시는 마지막으로 이지경제 독자 여러분에게 간곡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상담원들도 사람이다. 육두문자, 비하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께 죄 짓는 느낌”이라며 “말하고 싶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상담 종료 후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남겨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민섭 기자 minseob0402@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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