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찻잔 속 태풍?’ 카카오‧케이뱅크, ‘주담대‧신용카드’ 출시 호언했는데
[이지 돋보기] ‘찻잔 속 태풍?’ 카카오‧케이뱅크, ‘주담대‧신용카드’ 출시 호언했는데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6.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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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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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케이(K)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찻잔 속 태풍’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대표적 성장 저해 요인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요원하다. 이에 자본 확충에 애를 먹고 있다. 자본 문제는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출범 초기 호기롭게 외쳤던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와 신용카드 사업 진출 소식이 흐릿해진 것도 이같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실적도 뒷걸음질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올 1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인터넷은행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출범 첫 해인 지난해 838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 같은 기간 각각 1045억원, 53억원을 손해 봤다.

두 은행 모두 사업 초기 설비투자 등 지출이 수익보다 많은 탓이라는 공통된 설명이다. 또 영업을 시작한지 1년밖에 안 된 만큼 흑자를 시현할 수 있는 이자 이익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 고객 확보가 관건이다. 두 은행의 적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수료 면제 혜택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오는 2020년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신사업 진출을 통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와 자본 확충 난항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기업)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은 조치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만 제한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설립‧경영 주체는 각각 KT와 카카오로 두 곳 모두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라 산업자본이다. 때문에 추가 자본을 늘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실질적인 대주주인 이들이 10% 지분을 지키면서 자본 확충을 하려면 기존의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증자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 이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과의 합의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로 다음달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9월 1차 유상증자(1000억원)를 실시한 이후 추가 증자를 결정하는데 9개월이나 걸렸다. 20여개나 되는 주주사와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조율 과정에서 목표금액도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줄었다가 다시 1500억원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3건이 계류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상한선을 34~50%로 늘려 자본 확충을 용이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세 법안 모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1월에 발의됐지만 접수 후 첫 단계인 위원회 심사 과정에서만 1년 반째 머무르고 있다.

(왼쪽부터)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사진=뉴시스
심성훈(왼쪽부터) 케이뱅크 행장,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사진=뉴시스

지지부진

이러다보니 인터넷은행들이 출범 초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도 동력을 잃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 진출을 들 수 있다.

두 은행 모두 초창기부터 수요가 높은 주담대 상품 출시를 시사해 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중장기 경영전략 및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을 목표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 주담대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홈페이지에 주담대 약정서와 근저당설정계약서를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었음에도 상품 출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올해 4월 출시 1년 계획 발표를 통해 초간편 해외송금, 예금금리 인상, 어플리케이션(앱) 기반 간편 결제 등 새로운 서비스와 더불어 아파트담보대출 출시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그러나 다른 서비스들은 대부분 출시된 데 반해 아파트담보대출 출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해 7월 출범 당시 윤호영 공동대표가 올 해를 목표로 주택담보대출 출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올해 1월 전‧월세보증금대출을 출시했을 뿐, 아직 본격적인 주담대 상품은 내놓지 않았다.

신용카드 진출도 난항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 상반기 신용카드업 예비인가를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 사업 개시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초 심성훈 행장이 “올해 안으로 신용카드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가 끝나가는 현재도 두 은행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정부가 새롭게 내놓는 부동산‧가계대출 규제들을 비대면으로 반영하려다 보니 당초 계획보다 출시가 늦어졌다”며 “신용카드 진출 계획도 흐지부지 된 것이 아니라 주담대 출시 지연 등으로 일정이 미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들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도 여러 방안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장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새로운 정보와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의 사고를 크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은행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은산분리 규제 문제가 해소돼야 두 은행의 메기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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