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카드사의 기묘한 고객 사랑법…대출자엔 ‘고금리’, 결제 고객엔 ‘혜택 펑펑’
[이지 돋보기] 카드사의 기묘한 고객 사랑법…대출자엔 ‘고금리’, 결제 고객엔 ‘혜택 펑펑’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6.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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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카드업계가 가맹점 결제서비스 이용 고객과 카드론 등 대출 이용 고객을 차별 대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의 수익원은 가맹점 결제수수료와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금융서비스(대출)를 통한 수수료(이자)가 양대 축이다. 즉 소비하려는 고객과 돈을 빌리려는 고객이 공존하는 구조다. 최근 들어 정부의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인해 가맹점 결제서비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융서비스의 몸값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대우는 정반대다. 가맹점 결제서비스 이용고객에게는 각종 적립과 할인, 환급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금융서비스 이용 고객에게는 15~20%의 고금리를 지속적으로 물릴 뿐 혜택은 전무하다.

이에 가맹점 결제서비스 고객 혜택을 일정 부분 줄이고 절감된 비용 만큼 금융서비스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서비스에 등록된 7개(신한‧국민‧삼성‧우리‧하나‧현대‧롯데카드) 전업카드사의 부문별 손익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카드부문 수익(매출)은 총 4조4627억원이었다. 이중 가맹점 결제수수료 수익은 2조2696억원으로 50.8%의 비중을 차지했다. 카드사 수익 중 절반을 가맹점 결제서비스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금융서비스 수익은 1조1703억원을 기록했다. 가맹점 결제서비스 수익의 절반(51.6%)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카드부문 전체 매출의 26.2%를 맡고 있다. 명실상부 카드사의 두 번째 수익원인 것.

양 부문의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5년 카드부문 총 매출은 4조2717억원으로 이 중 가맹점수수료가 50.3%(2조1512억원), 금융서비스 수수료가 24.8%(1조612억원)를 각각 차지했다.

그러다 2016년에는 총 매출 4조4011억원 가운데 가맹점수수료가 49.4%(2조1728억원)로 축소됐다. 반면 금융서비스 수수료는 25.6%(1조1264억원)를 차지해 전년보다 비중이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가맹점 결제서비스의 비중이 다시 50.8%로 뛰었지만 금융서비스 역시 26.2%로 올랐다.

<국내 전업 카드사 매출 현황>
  2017년 2016년 2015년
카드부문 총 수익 4조4627억 4조4011억 4조2717억
가맹점수수료 수익 2조2696억 2조1728억 2조1512억
금융서비스 수익 1조1703억 1조1264억 1조612억

수익률이 오락가락 하는 가맹점 결제서비스와는 달리 금융서비스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차별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카드론 등 금융서비스가 상당한 돈을 벌어다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서비스 이용 고객을 제대로 홀대하고 있다. 연 15~20%의 고금리를 물리면서 금리인하 혜택 등은 전무하다. 할인 등 가맹점 결제서비스의 부가혜택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가맹점 결제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휘황찬란하다. 대다수 카드가 적립‧할인은 물론이고 결제 금액의 일정 부분을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준다.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같은 고급 혜택도 추가하는 등 ‘출혈 경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비스를 못 줘서 안달이다.

즉, 자금의 여유가 부족해 돈을 빌리는 고객은 오히려 더 갈취하고,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큰 고객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구조인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가맹점 결제 시 집중되는 부가서비스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카드사의 부가서비스는 1990년대 후반 ‘제휴카드’가 출시되면서 확산됐다. 카드사의 단독 상품이 아니라 다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개발된 신용카드로 쇼핑, 외식, 주유 등 생활 밀착형 업종에서의 제휴처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같은 정책은 신규 고객 유치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할인마트나 영화관, 놀이공원, 패밀리 레스토랑 등 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내놨고 현재에 이르면서 고객은 부가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즉, 이름만 ‘부가’ 서비스지 실제로는 ‘필수’적으로 넣어야 할 항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카드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규모가 더욱 커졌다.

소비 여력이 있는 고객에게 부가서비스가 집중된 사이 자금이 부족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철저히 외면됐다. 괴리가 발생한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맹점 결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고 절감된 비용만큼 금융서비스 수수료를 낮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혜택의 대상과 강도에 균형을 갖춰야 소비와 대출로 대비되는 두 고객층 간의 양극화가 다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맹점 결제서비스 고객에 국한된 부가서비스를 완화하고, 대신 금융서비스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의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혜택 편중 현상을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는 금융서비스 이용자가 동시에 가맹점 결제서비스 이용자도 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혜택이 편중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통 카드를 발급 받을 때는 금융서비스 이용 목적보다는 결제 수단으로써의 필요성 때문에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금융서비스를 받은 고객들은 동시에 결제서비스 이용자로서 해당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혜택 편중이라는 지적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반박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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