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이민섭 기자 = 비자금 조성과 상속세 탈루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8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이 지난 4월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조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조 회장은 ‘두 딸과 아내에 이어 포토라인에 서게 됐는데 국민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상속세를 왜 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했다. 또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인정하냐고 묻자 “죄송하다”고만 짧게 말하고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 회장은 아버지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해외 재산을 상속받았지만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원대로 추정된다.
또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자녀 현아·원태·현민 3남매 등 총수 일가가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 당시 변호사 비용을 대한항공이 처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항공보안법 위반 등으로 수사 받는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불했으며 이는 횡령과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부동산을 관리하는 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도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5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조사한 바 있다. 이어 26일에는 현재 수감 중인 제수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을 조사했다.
이민섭 기자 minseob0402@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