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디지털 금융시대 차세대 주자 ‘1020’ 쟁탈전…“BTS‧워너원 출동!”
[이지 돋보기] 은행권, 디지털 금융시대 차세대 주자 ‘1020’ 쟁탈전…“BTS‧워너원 출동!”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7.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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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스타뱅킹' 광고(왼쪽)과 신한은행의 '쏠' 광고. 사진=각 은행
KB국민은행의 '스타뱅킹' 광고(왼쪽)와 신한은행의 '쏠' 광고. 사진=각 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글로벌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워너원 등을 앞세워 젊은 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권은 그동안 고객의 돈을 관리한다는 업종의 특성상 신뢰감을 주는 중년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젊고 활기찬 아이돌 그룹 등을 내세워 경직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내려 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은 디지털 금융시대를 주도할 1020세대 등 젊은 고객을 선점해 탄탄한 지지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아이돌 마케팅’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해당 은행은 지난 1월 BTS를 새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BTS는 7인조 남성 아이돌그룹으로 지난 5월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우리나라 가수 중 최초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국민은행은 모바일 뱅킹 어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 광고에 BTS를 기용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 조회수 700만(3월 게재)을 넘어서는 등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달에는 BTS와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인 ‘KB X BTS 적금’과 ‘KB국민 BTS체크카드’를 내놨다.

또 스타뱅킹 내에 BTS전용관을 마련하고, 데뷔일 및 맴버 생일에 입금한 금액에 대해 특별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등 모델 효과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출시한 통합앱 ‘쏠’의 광고 모델로 남성 11인조 그룹 ‘워너원’을 내세웠다. 역시 반응이 뜨겁다. 쏠은 지난달까지 가입자 550만명을 유치했다. 또 콜라보레이션 상품인 ‘쏠딥드림’ 체크카드는 그룹의 인기에 힘입어 사전예약만 5만 계좌를 돌파했고, 출시 한 달 만에 8만 계좌를 판매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월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GD)과 손잡고, GD가 직접 디자인 한 체크카드 ‘GD카드’를 내놨다. 10만장 한정 판매인 발급 첫날에만 대기 인원이 2만명에 달했고, 출시 3개월 만에 7만3000장을 팔아치웠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카트 혜택도 멜론‧엠넷‧벅스‧지니 등 주요 음원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몰 청구 할인 등 1020세대를 겨냥했다는 평가다.

KEB하나은행 역시 1020세대를 겨냥한 새 광고모델을 뽑았다. 케이블방송 Mnet(엠넷)의 인기 프로그램 ‘고등래퍼2’ 우승자인 김하온이 주인공. 하나은행은 지난 5월 김하온과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콜라보 음악영상 ‘청춘, 그 하나하나’를 제작했다. 33초 분량의 이 영상은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0만을 돌파했다.

모델뿐만 아니라 마케팅 채널의 변화도 감지된다. 은행권은 광고영상을 TV가 아닌 모바일 앱 및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또 뮤직비디오에서나 볼 법한 ‘티저 영상’을 사전 공개함으로써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략 등 1020세대의 입맛에 맞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 x BTS체크카드'(왼쪽)과 IBK기업은행의 'GD 체크카드'. 사진=각 은행
KB국민은행의 'KB x BTS체크카드'(왼쪽)와 IBK기업은행의 'GD 체크카드'. 사진=각 은행

미래 가치

은행권이 과거와 비교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모델을 기용하는 것은 1020 고객들이 현대 금융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존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젊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향후 미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기반을 상실할 위험성이 높은 이유에서다.

기존에 은행에서 젊은 고객 유치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대학교 내에 지점을 내려고 수십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지출하는 등의 활동이 있어왔다.

다만 지금까지 은행들은 ‘첫 금융 거래 은행이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고객확보의 징검다리라는 생각으로 젊은 세대를 유치해 왔다. 1020세대는 소득이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다수라 당장에는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 거래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으로 개편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다른 나이 대에 비해 최신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

대표적인 예로 ‘토스(Toss)’를 들 수 있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앱인 토스는 지난 2015년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에서 개발했다. 처음에는 간편송금 앱으로 출발했지만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고 성장해 지금은 신용등급 조회서비스‧가상화폐 거래‧부동산 및 펀드 투자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1020세대의 호응이 큰 영향을 미쳤다.

토스는 현재 1020세대에게 ‘토스해요’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큰 인기다.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20대 이하 ‘뱅킹앱’ 월간 이용자 수는 토스가 227만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국민은행 124만명, 신한 쏠 100만명, 카카오뱅크 93만명, 우리은행 원터치 뱅킹 69만명, KEB하나은행 1Q뱅크 41만명 순으로 집계됐다.

덕분에 토스는 전체 월간 이용자수가 371만명을 넘으며 모든 연령대 사용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소규모 핀테크 업체가 대형 시중은행들을 누르고 선두를 달린 것이다. 이에 힘입어 비바리퍼블리카는 KPMG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저 잠재고객 취급만 받았던 젊은 세대가 모바일 금융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오현정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토스의 사례를 봤을 때 1020세대가 모바일 디지털 금융 생태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세대임이 확인됐다”며 “기존의 금융사는 젊은 고객 확보를 위해 모바일 및 디지털 관련 프로젝트만 수행 가능한 조직과 마케팅 전담 조직 구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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