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고공행진 요구불예금, “상승세 꺾였다”…금리 인상에 단기투자 등 ‘머니무브’
[이지 돋보기] 고공행진 요구불예금, “상승세 꺾였다”…금리 인상에 단기투자 등 ‘머니무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7.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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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은행권의 요구불예금이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요구불예금은 금융소비자가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의 핵심 저원가성 예금이다. 금융 고객이 받는 이자 수익이 ‘제로 금리’ 수준인 탓에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원활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내 기준 금리가 6년5개월 만에 인상되고, 올해도 추가로 오를 것이 예상되면서 요구불예금 계좌에 있던 돈들이 더 높은 금리의 예‧적금이나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는 모양새다.

1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원화 예수금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62조7573억원으로 지난해 말(167조5155억원) 대비 2.8%(4조7582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1분기(155조2233억원→154조2791억원) 이후 1년 만이다.

은행의 예금상품은 크게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으로 분류된다. 이 중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지 입금 및 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직장인 급여통장이나 기업 자금거래 통장 등 흔히 볼 수 있는 자유입출금통장이 해당된다.

2015년 1분기 2016년 1분기 2017년 1분기 2017년 4분기 2018년 1분기
113조3057억 144조8939억 154조2791억 167조5155억 162조7573억

은행 요구불예금은 최근 3년 간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지난 2015년 1분기 말 113조3057억원에서 △2016년 1분기 말 144조8939억원 △지난해 1분기 말 154조279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해 1분기 한 차례 줄었지만 감소폭이 0.6%(9442억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요구불예금이 증가세를 보였던 것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의 영향이다. 2016년부터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은행의 정기 예‧적금 등 저축성예금 이율이 1%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저축성예금으로는 큰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자유롭게 현금을 인출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돈이 몰린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어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책금리를 잇따라 올려 2%대에 도달하면서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일어나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올 하반기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

이에 매력이 떨어진 요구불예금 대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저축성예금이나 단기투자상품 등 수익성이 좋은 곳으로 돈이 움직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기예금이나 적금 등을 나타내는 저축성예금의 올 1분기 잔액은 960조3642억원으로 지난해 말(939조1174억원) 대비 2.3%(21조2468억원) 불어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의 평균 증가율(1.8%)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은행의 총 원화예수금 가운데 저축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84.1%에서 올 1분기 84.8%로 0.7%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의 비중은 15%에서 14.4%로 0.6%포인트 떨어졌다.

잠자는 돈

요구불예금은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특성과는 반대로 통상적으로는 ‘잠자는 돈’으로 취급된다. 요구불예금 잔액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예금주들이 은행에 돈을 쟁여두기만 할 뿐, 소비와 투자 등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구불예금 잔액이 상승 가도를 달렸던 지난해 10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은 16.5회로 지난 1987년 1월(16.3회) 이후 30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경제주체들이 돈을 잘 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올해 1분기 요구불예금 잔액이 하락세로 전환했음에도 회전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30일 기준금리가 인상된 뒤 2017년 12월과 올해 1월에는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각각 19.8회, 20.9회를 기록하며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2월 들어 17.9회로 급락했다. 이후 3월 들어 다시 20.4회까지 회복했지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오르고 은행들이 이에 맞춰 3~4%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자금이 이동해 일시적으로 회전율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최근 주요국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하반기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회전율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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