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몸집을 줄이며 뒷문으로 나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생산성도 덩달아 상승한 모양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인력 감축과 점포 폐쇄가 이뤄지는 등 희생이 따른 만큼, 보다 실질적인 생산력 향상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은행연합회에 제출된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의 정기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은행원 한 명당 벌어들인 평균 충당금적립전이익은 605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775만원)보다 4.8%(275만원) 증가한 규모다.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 등 지출비용을 차감한 뒤 대손충당금을 제외하기 전의 금액을 말한다. 일회성 요인 등을 제외하고 순수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다. 은행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총 금액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은행의 대표적인 생산성 지표로 쓰인다.
생산성이 개선된 것은 최근 은행권의 인력 구조조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4대 은행의 총 직원 수는 5만6133명으로 전년 동기(5만8318명) 대비 3.7%(2185명) 감소했다. 실적 역시 호조세를 이어가, 같은 기간 총 충당금적립전이익은 3조4580억원에서 3조4907억원으로 0.9%(326억원) 늘었다.
은행의 몸집 줄이기와 실적 개선이 맞물린 다이어트 효과가 톡톡히 나타난 것이다.
2018년 1분기 | 2017년 1분기 | 증감 | |
국민 | 6000만원 | 5400만원 | 600만원 |
신한 | 6400만원 | 5600만원 | 800만원 |
우리 | 5900만원 | 5600만원 | 300만원 |
하나 | 5900만원 | 6500만원 | -600만원 |
평균 | 6050만원 | 5775만원 | 275만원 |
은행별로 보면 올 1분기 생산성 수위는 신한은행이다.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이 6400만원으로 전년 동기(5600만원)보다 14.3%(800만원) 증가했다. 전체 충당금적립전이익이 7694억원에서 8379억원으로 8.9%(685억원) 늘어난 가운데 직원 수는 612명(1만3354명→1만2742명‧-4.6%) 줄어든 결과다.
이어 KB국민은행이 같은 기간 54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11.1%(600만원) 늘었다. 전체 충당금적립전이익이 9279억원에서 1조77억원으로 8.6%(798억원) 증가했고, 직원 수는 1만6939명에서 1만6724명으로 1.3%(215명) 줄었다.
우리은행의 총 충당금적립전이익(8458억원→8347억원)은 1.3%(111억원) 즐었다. 다만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직원 수(1만4578명→1만3644명) 감소폭(934명)이 이를 상쇄했다. 생산성이 5600만원에서 5900만원으로 5.4%(300만원) 개선된 것.
KEB하나은행은 충당금적립전이익이 지난해 1분기 9149억원에서 올해 1분기 8104억원으로 대폭 감소해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생산성이 하락했다. 1인당 충당금적립전 이익이 지난해 1분기 6500만원에서 올 1분기 5900만원으로 9.2%(600만원) 줄었다. 인력 감축(1만3447명→1만3023명)이 이뤄졌지만 생산선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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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산성 지표 역시 뚜렷한 개선세다.
2018년 1분기 | 2017년 1분기 | 증감 | |
국민 | 143억원 | 132억원 | 11억원 |
신한 | 161억원 | 145억원 | 16억원 |
우리 | 151억원 | 136억원 | 15억원 |
하나 | 149억원 | 137억원 | 12억원 |
평균 | 151억원 | 137억5000만원 | 1억500만원 |
은행이 실행한 총 대출액을 직원 수로 나눈 직원 1인당 대출실적을 보면 올 1분기 평균 151억원으로 전년 동기(137억5000만원) 대비 9.8%(13억5000만원) 늘어났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45억원에서 161억원으로 증가해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136억원→151억원) △KEB하나은행(137억원→149억원) △KB국민은행(132억원→143억원) 순이었다.
직원 1인당 평균 예수금도 169억원에서 188억7500만원으로 11.7%(19억7500만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이 177억원에서 203억원으로 26억원 늘었고, △KEB하나은행(173억원→189억원) △우리은행(163억원→187억원) △KB국민은행(163억원→176억원) 순으로 각각 늘었다.
직원뿐만 아니라 영엽점포당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 은행권이 실적이 시원찮은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4대 은행의 지점 수는 지난해 1분기 3483개에서 올해 1분기 3345개로 4%(138개)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점포 1개당 평균 대출실적은 올 1분기 2531억7500만원으로 전년 동기(2300억5000만원)보다 10.1%(231억2500만원) 늘었다. KEB하나은행이 2289억원에서 2646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은행(2295억원→2547억원) △우리은행(2378억원→2503억원) △KB국민은행(2231억원→2431억원) 순이었다.
점포당 평균 예수금은 3163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2830억원) 대비 11.8%(333억5000만원) 늘었다. 은행별로 △KEB하나은행(2898억원→3353억원) △신한은행(2817억원→3214억원) △우리은행(2844억원→3100억원) △KB국민은행(2761억원→2987억원) 순으로 생산성이 높았다.
각종 생산성 지표가 크게 개선됐지만 이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과 영업망을 희생해서 얻은 결과인 만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방법인데다 효과도 일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직원 수를 조정하고 영업점을 폐쇄하는 등 뒷문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여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을 지속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성 증대가 진정한 생산력 향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딜 가나 규모만 다르고 형태는 비슷비슷한 영업점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특성에 맞는 특화 점포를 운영하는 등 기존의 영업 방식을 바꾸는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