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카드사의 거짓말? 엄살떨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업계 “우린 억울해”
[이지 돋보기] 카드사의 거짓말? 엄살떨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업계 “우린 억울해”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7.23 0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카드사들의 올해 1분기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수수료율 인하 구간 확대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는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추진할 때마다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의 주장은 여전하다. 이달 말부터 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와 밴(VAN) 수수료 정률제 개편 등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 수익성 악화를 부르짖고 있는 것.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열 차례가 넘는 수수료 인하가 단행된 만큼, 더 이상 카드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7개(국민‧신한‧우리‧하나‧삼성‧롯데‧현대카드) 전업카드사의 카드부문 손익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가맹점수수료로 벌어들인 매출은 2조243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409억원) 대비 4.8%(1027억원) 증가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8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연 매출 3억~5억원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기존 2%에서 1.3%로 0.7%포인트 낮췄다. 또 연매출액 2억~3억원인 소규모 가맹점은 1.3%에서 0.8%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연간 3500억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었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당기순이익이 총 4590억원으로 전년 동기(7713억원) 대비 40.5%(3123억원) 급감했다.

하지만 줄어든 순이익과는 달리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증가세를 유지한 것.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4.8%)을 보면 지난해 1분기(1조9933억원→2조1409억원·7.4%↑)보다는 줄었지만, 2016년 1분기(1조9041억원→1조9933억원·4.9%↑)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1분기 전업카드사 가맹점수수료 매출>
2018년 1Q 2017년 1Q 2016년 1Q 2015년 1Q
2조2436억원 2조1409억원 1조9933억원 1조9041억원

카드사별로 보면 7개사 모두 가맹점수수료 매출이 올랐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국민카드로 지난해 1분기 4143억원에서 올해 1분기 4386억원으로 12.2%(477억원) 불어났다. 이어 △하나카드 10.6%(1789억원→1979억원) △삼성카드 5.2%(3477억원→3659억원) △롯데카드 4.7%(1692억원→1772억원) △현대카드 2.2%(3347억원→3419억원) △우리카드 1.1%(2147억원→2171억원) △신한카드 0.1%(5048억원→5052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카드부문에서 발생한 비용은 지난해 1분기 2조2853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2조3781억원으로 4.1%(928억원) 늘어, 증가폭이 가맹점수수료 수익(4.8%)에 미치지 못했다.

즉,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카드사 순이익 반 토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미묘하다는 분석이다.

엄살

카드부문 가운데 다른 수익을 살펴보면 가맹점·할부카드·현금서비스·카드론 수수료 등을 제외한 ‘기타 수익’에서의 감소폭이 컸다. 올 1분기 카드사 기타 수익은 6625억원으로 전년 동기(7459억원) 대비 11.2%(834억원) 쪼그라들었다.

더욱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보다는 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된 게 순이익 감소에 더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가 지난해 3월 내놓은 제2금융권 건전선 관리 강화방안으로 카드사들은 같은 해 2분기부터 2개 이상의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를 고위험 대출로 구분해 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해야 한다.

이에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실적립액은 지난해 1분기 6조4026억원에서 올 1분기 7조1792억원으로 12.1%(7766억원) 늘어났다.

다른 부문에서의 수익 악화로 실적이 줄어든 것을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 정책 때문인 양 엄살을 부린 꼴이다.

카드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은 전체적인 카드 사용량이 증가한 영향일 뿐, 그만큼 비용도 덩달아 상승함에 따라 실질적인 이익은 줄어든다는 것.

카드 수수료는 지난 2007년 ‘신용카드 체계 합리화 방안’이 나온 이후 올해에 이르기까지 총 9차례 인하됐다. 더욱이 이달 말부터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의 수수료율을 평균 0.3%포인트 낮춘다. 또 수수료 원가 중 하나인 밴 수수료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비율로 부과)로 바꾸는 등 추가 인하가 예약돼 있다.

아울러 2012년부터 3년마다 실시 중인 수수료율 재산정 작업이 올해 말 실시한다. 카드사의 조달비용과 영업비용 등을 따져 정하지만 계속해서 카드사에 부담을 전가하는 최근의 분위기를 봤을 때 추가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지속적인 인하가 정책이 가맹점수수료의 적자 한계까지 내몰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등 빠져나가는 비용은 이미 가맹점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액수보다 높은 수준이다”며 “적자 한계 근처에 있는 상황인데, 엄살이라는 표현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매번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카드사가 독박을 쓰는 모양새였다”며 “정부와 금융당국, 카드사,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