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노동시장의 연령주의(ageism), 어떤 모습일까
[100세 시대] 노동시장의 연령주의(ageism), 어떤 모습일까
  • 조소현 기자
  • 승인 2018.07.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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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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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조소현 기자 = 연령주의는 나이를 이유로 특정 범주의 사람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거나 차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이를 기준으로 누군가 노인으로 범주화되면, 그 사람의 특성은 사라지고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차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강해서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연령주의가 낮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인 차별을 넘어 노인을 혐오하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나이 든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것이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60세 이상은 일을 해도 열악한 근로조건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연령주의에 대한 문제의식도 적었고, 실태파악 및 대책에 대해서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지은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전국 3500명의 근로자(20~69세)를 대상으로 조사해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노동시장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령주의는 평균 4.44점(100점 만점 기준 63.4점)으로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수가 높을수록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연령주의가 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평균(3.5점)보다 높았다.

선거철마다 정치권에서 강조하는 현세대 노인의 이미지(산업화의 역군 등)와 국민이 생각하는 이미지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연령주의는 노동시장에서 활동이 가장 왕성한 30~50대가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노동시장의 핵심노동계층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노인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에 조사대상 76.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노인은 권위적인 성향이 강하다’에 대해 73%, ‘노인은 실력보다 나이‧경력‧직위 등으로 권위를 세우려 한다’에 63.7%가 ‘그렇다’고 답했다.

고령자는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급속하게 변화하는 지식과 기술을 따라잡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나이나 직위 등을 앞세워 권위를 유지하려 한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고령자를 회피하려는 경향도 보였다. △‘젊은 사람들은 노인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싫어한다’ 59.9% △젊은 사람들은 노인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56.2% △‘노인이 되면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끼리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이 낫다’ 50.2% △‘젊은 사람들은 노인과 친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에 55.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근로자들은 고령자와 동일시되기를 거부하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기피하는 것이다. 노인 역시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배제해서 차별당한다고 느끼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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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경험

그러나 60세 이상 근로자와의 근무경험에 따라 연령주의가 다르게 나타났다. 현재 60세 이상과 같이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의 연령주의가 4.37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과거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는 4.43점이었다. 한 번도 같이 근무한 경험이 없는 근로자의 연령주의가 4.49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장 내 연령차별이 있더라도 고령 근로자와의 접촉기회를 늘리면 즉,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고령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60세 이상 근로자는 성실성‧책임감이 높고 기술 및 경험전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우수해 회사기여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근로자들은 ‘노인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데 67%, ‘노인도 젊었을 때처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에 63.8%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대로 △‘노인은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37.5% △‘노인은 판단력이 좋지 않다’ 37.3% △‘노인은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는 43.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젊음에 가치를 부여하지만, 고령자의 능력이나 사회기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 특히 고령자의 인지적 역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높았다.

68.9세

누가 노인인지 아닌지를 분류할 때, 일반적으로는 연령이 앞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노인기준에 대해서는 합의된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 4분의 1은 노인의 기준이 나이와 상관없다고 응답했다. 노인을 판단할 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평균 68.9세고 60대는 70.2세부터 노인이라고 응답했다. 노인복지법상 65세부터 노인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65~69세는 자신을 노인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노인의 기준은 역연령(출생 이후부터 달력상의 나이)보다는 신체적‧정신적 역량 즉, 기능적 연령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사회적 인식과 부합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주의에서는 노인연령뿐 아니라 노인 호칭도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60세 이상에 적합한 호칭은 장년이나 신중년, 시니어라는 응답이 57%에 달했다. 반면 노인이라는 호칭이 적합하다는 의견은 3.2%에 불과했다.

자신이 60세 이상이 됐을 때 듣고 싶은 호칭도 노인은 2.4%로 극히 적었다. ‘노인’은 ‘나이가 많이 들어 늙은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호칭도 부정적으로 사용돼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극복

60세 이상 근로자와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으면 고령근로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은 노인일자리사업,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 등 많지 않다.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60세 이상이 355만명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사업은 모자란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을 통해 60세 이상의 고용기회를 확대하면 일자리도 많아지고,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개선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령친화적 사회여건 조성도 필요하다. 부정적 연령주의는 노인의 사회활동을 위축시키고 사회관계를 약화시킨다. 연령과 상관없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이는 비단 노동시장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노인의 사회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교통지원, 모든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 연령분절적 교육시스템 개선, 세대교류 활동 프로그램 확대(1-3세대 강사 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노화와 나이 듦에 대한 올바른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나이 듦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조사 대상 근로자의 73%가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렵다고 응답했다. 노인이나 노화에 대한 왜곡된 지식은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강화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노인빈곤, 노인자살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노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희생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노인이 나타나고 있어서 현재 시스템으로는 대처하기 쉽지 않다.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연령주의가 나타난 것은, 고령자가 자기관리하지 못하고 과거의 사회적 지위와 관습에 매여 연령주의를 강화한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퇴직 전 우월한 사회경제적 지위에서 행했던 태도를 내려놓고 자기개발과 자기관리(청결, 단정한 복장, 미소 등)에서도 소홀하면 안 될 것이다.

자료=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소현 기자 jo@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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