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챗봇 열풍…‘금융 알파고’ 꿈꾸지만, 아직은 ‘풋내기’ 냄새 물씬
[이지 돋보기] 은행권, 챗봇 열풍…‘금융 알파고’ 꿈꾸지만, 아직은 ‘풋내기’ 냄새 물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7.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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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챗봇(Chat-bot)’ 구축에 한창이다.

‘금융 알파고’를 꿈꾸는 챗봇을 앞세웠지만 아직은 풋내기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수준이어서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챗봇은 ‘수다를 떨다(Chat)’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AI가 정해진 패턴에 따라 텍스트‧음성 등을 통해 대화하는 메신저형 프로그램이다. 이미 공공기관이나 상당수 기업이 상담원을 대신해 고객응대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볼 때 챗봇은 상담 부서를 운영하는 비용과 직원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고객도 콜센터 운영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거나 대기시간 없이 원하는 문의를 바로 답변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성능 면에서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이용자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또 조금이라도 복잡한 문의를 하면 ‘상담원에 연결하라’고 권유(?)한다. 이에 놀이용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인 ‘심심이’ 보다도 못한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내에 해당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챗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현재 운영 중인 챗봇은 ▲KB국민은행 ‘리브똑똑(LiivTalkTalk)’ ▲우리은행 ‘위비봇’ ▲신한은행 ‘쏠(SOL)메이트’ ▲KEB하나은행 ‘하이(HAI)뱅킹’ 등이다.

이중 국민과 우리은행은 별도의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통합 플랫폼인 ‘쏠’에 해당 기능을 담았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플랫폼인 하나맴버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의 큰 줄기는 대동소이하다. 계좌조회나 상품 설명, 금리 안내 등 고객의 문의 수요가 많은 항목에 초점을 맞췄다. 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객들이 익숙한 인기 메신저 ‘카카오톡’과 비슷한 방식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한 것도 공통점이다.

더욱이 은행권은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알파고’로 발전시켜 나갈 복안이다.

걸음마

은행권의 야심찬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봇들의 성능이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어, 문의 내용이 조금만 복잡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잦은 탓이다.

이지경제가 직접 시중은행들의 챗봇 서비스를 체험한 결과, ‘내 계좌 조회’나 ‘금리가 높은 적금 상품’ 등 비교적 간단한 문의에 대해서는 잘 이해한다. 문의에 대한 답변은 물론 해당 질의와 관련된 다른 항목도 보여줘,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하지만 ‘1인 가구를 위한 금융상품을 알려줘’라는 등 질문이 복잡해지자 챗봇들은 “질문을 이해하지 못 했어요”, “상담원을 연결할까요”라고 응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직은 명확한 명령어만을 알아듣는 수준인 것.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인공지능 스피커나 스마트폰 탑재 인공지능이 사람의 음성 명령을 상당 수준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기술 수준이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때문에 은행 홈페이지나 모바일 뱅킹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Q&A를 단순히 대화형 메신저 형태로 바꿨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이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챗봇을 내놓은 것은 ‘빅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이유로 풀이된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챗봇 등의 프로그램은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다. 이 기술은 빅데이터가 누적될수록 프로그램이 이를 이해하고 성능을 스스로 향상 시킨다. 구글 딥마인드가 제작한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도 사용돼 유명해진 바 있다.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문의한 사항들을 데이터로 축적해 더 나은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것. 즉 고객들이 더 많이 이용할수록 더욱 똑똑한 챗봇으로 스스로 탈바꿈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챗봇을 도입한지 이제 1년 정도에 불과해 아직은 많은 부분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도 “고객들이 어떤 문의를 많이 하는지, 어떤 답변을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되면, 향후에는 더욱 발전된 챗봇을 통해 복잡한 상담도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은행권에서 챗봇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용관 KDB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스마트폰 등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비용절감 및 업무 효율화 등을 위한 챗봇의 활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응대 등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같은 핵심 업무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인력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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