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文 발언에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급물살’…사금고화 등 반대 목소리↑
[이지 돋보기] 文 발언에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급물살’…사금고화 등 반대 목소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8.1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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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데다, 여야가 문 대통령 발언에 호응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당장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규제에 가로막혀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금융노조 등에서 부작용을 우려해 규제 완화 반대를 외치는 등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는 지난 8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례법을 이달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에 미온적으로 나서다 갑자기 일사분란해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규제 완화에 호의적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 은산분리 완화를 탐탁찮아 하던 민주당도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막아놓은 조치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만 제한된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K)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설립‧경영 주체가 각각 KT와 카카오로, 두 곳 모두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라 산업자본인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두 은행은 추가 자본을 늘려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운영 주체인 이들 기업이 10% 지분을 지키면서 자본 확충을 하려면, 기존의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증자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는 탓이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2건의 은행법 개정안과 3건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계류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10%에서 34% 혹은 50%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그동안 막혀있던 자본 확충길이 상당 부분 트일 것으로 보인다. 추가 실탄 마련이 수월해지면서 중금리나 부동산 대출 등 다양한 시장 진출과 수익성 개선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 마련된 카카오뱅크 부스에서 모바일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 받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 마련된 카카오뱅크 부스에서 모바일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 받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메기 효과?

그동안 은산분리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문 대통령과 여당이 생각을 바꾼 것은 지난 1년 간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보여준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출범 이후 돌풍을 일으키며 외형적 급성장은 물론 기존 시중은행권에 경쟁을 촉진시키는 등 ‘메기 효과’를 일으킨 점에 주목한 것.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이 은행권 전체의 긴장과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엔 금리 인하나 혁신서비스 제공 등 금융소비자에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진보진영과 시민단체, 금융노조 등에서 규제 완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찬반논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반대 측에서는 ‘메기 효과’가 부풀려졌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에 긴장을 일으켜 비대면 거래 측면에서 서비스 경쟁을 부른 건 맞지만, 정작 다루는 금융상품은 기존의 은행과 차이점이 없다는 것. 실제로 현재 판매되는 자유입출금통장, 예‧적금,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상품 구성은 기존의 은행과 다를 바가 없다.

더욱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조차 지켜지고 있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중신용자‧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할 목적이었으나,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보면 미흡하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총 대출액은 6조9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88.4%인 6조1000억원이 가계신용대출에 집중됐다. 이 중 신용등급 1~3등급인 고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이 96.1%에 달했다. 이는 시중은행(84.8%)보다 11.3%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신용등급 4~8등급 대상 대출 비중은 3.8%에 불과했다. 시중은행보다 11.9% 낮다.

금리 5~10%의 중금리대출 비중 역시 7%로 시중은행의 24.3%보다 17.3%포인트 낮아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정명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심사 배점 총 100점 중 40점을 '혁신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1년 간 혁신을 이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 우려 역시 은산분리 완화 반대 측이 주장하는 단골 주제다. 애초에 은산분리가 이 점을 방지하게 위해 도입돼 왔던 만큼, 이를 완화하면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길이 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예외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KT나 카카오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삼성, LG과 은행 주인이 되는 것이 뭐가 다른지 논리적 설명과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실제로 많은 재벌기업의 사금고화된 비은행 금융기관이 많고,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그들이 은행을 사금고화 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백주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장도 “ICT기업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는 다른 산업자본 및 재벌의 은행 소유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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