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기회의 땅으로”…신(新)남방정책 발맞춰 동남아 진출 ‘가속화’
[이지 돋보기] 은행권, “기회의 땅으로”…신(新)남방정책 발맞춰 동남아 진출 ‘가속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8.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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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은행
사진=각 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힘을 내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고성장 신흥국이 몰려있는 아세안과 인도 등을 새 성장 동력으로 콕 찍은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올해 들어 ‘신(新)남방정책’을 표방하며 이들 국가와의 교류 및 협력을 확대했다. 이에 각국 금융당국 간 금융협력 방안도 속속 마련돼 은행권의 시장 확대에도 추진력이 붙고 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의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은행’과 신주인수계약을 맺고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는 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BII은행(현 메이뱅크 인도네시아) 지분 매각 이후 10년 만에 인도네시아 시장에 재진출한 것이다.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으로 총 322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주택금융을 포함한 소매금융과 디지털뱅킹 및 리스크관리 부문의 역량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또 올 들어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에 신규 영업점 2개를 추가로 개설했다. 미얀마에는 올 하반기 4곳의 지점을 추가해 영업망 확대를 계획하는 등 동남아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동남아 진출 역사가 깊다. 25년 전인 지난 1993년 베트남에 현지법인 형태의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했다. 지난해 말에는 ‘ANZ 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영국계 HSBC를 제치고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아 인도-캄보디아-미얀마-베트남-인도네시아-홍콩-싱가포르-필리핀-중국-일본에 이르는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5.2%에서 13%로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뱅크 도약을 중장기 목표로 정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손익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최대 해외 영업망을 갖춘 곳이다. 2014년 인도네시아 소다라 은행 인수를 시작으로 우리파이낸스 캄보디아를 인수했다. 이후 2015년 미얀마 여신전문금융사 신설, 2016년 필리핀 현지 저축은행 웰스뱅크를 인수하며 영토를 넓혔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웠으며 올해는 캄보디아에도 진출했다.

우리은행은 적극적인 동남아 진출로 해외 영업망이 7월 말 기준 413곳에 이른다. 이중 80%에 달하는 351곳의 점포가 동남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우리은행은 기존 은행들의 해외 진출방식을 벗어나 마이크로 파이낸스,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 비(非) 은행업을 중심으로 진출한 뒤 네트워크를 확보하면 다시 은행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4년 하나-외환은행과의 통합 이후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현지 금융 전문지 ‘인베스트’가 선정한 최우수 은행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이같은 명성을 교두보 삼아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KEB하나은행은 ▲기존 보유 채널 재정비와 동남아 채널 확대 ▲IB금융과 연계한 기업대출·지분투자 서비스 제공 ▲동남아 진출 국내 기업 금융 서비스 지원 ▲해외 투자 지원반 운영 ▲아세안 지역 글로벌 사회공헌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 추진 전략을 내놨다.

미래 먹거리

은행권이 동남아 진출에 공을 쏟는 이유는 해당 지역에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들이 대거 몰려 있는 까닭이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성장률에 비해 금융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미래 먹거리로서의 잠재력이 높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상황에서 은행권이 미래의 수익원으로 이들 국가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

실제로 은행권의 해외 진출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국내은행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 현지법인 및 지점은 총 30개국 185곳. 여기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8억66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년 말(6억5110만 달러) 대비 23.9%(1억5560만 달러) 불어난 규모다. 국내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총 당기순이익(11조2000억원)의 7.7% 수준이다.

해외점포 순이익은 2015년 말 5억6910만 달러에서 2016년 말 6억5110만 달러, 지난해 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한-베트남 금융협력 포럼'에 참석해 레 밍 홍(Le Minh Hung)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한-베트남 금융협력 포럼'에 참석해 레 밍 홍(Le Minh Hung) 베트남 중앙은행 총재,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을 내세우면서, 은행권의 해외 진출에도 날개가 달렸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진출에다가 정부 정책에 발맞춘다는 명분까지 얻은 이유에서다.

금융 수장들의 행보 역시 과감해졌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순방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등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절단으로 동행했다. 또 앞서 5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 총회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이 참석하는 등 CEO들이 동남아 시장에 직접 달려가 현지 점검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신흥국들은 경제성장률이 5~7%로 높아 잠재력이 풍부해 정부 정책 이전부터도 진출이 많았던 지역”이라며 “신남방정책으로 동남아 진출이 국가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양국 금융당국 간의 교류, 협력 방안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현지에서 신뢰 구축과 협력을 통해 상생 관계를 맺는 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남아 국가들의 현지 규제 및 관행 준수를 통한 책임감 있는 영업활동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고용창출 및 사회공헌으로 상생번영 공동체를 이루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위해 현지화의 인적교류 확대, 금융협력 사업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환경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현실에 맞춰 진출지역의 상황을 고려해 기존의 방식 외에 디지털 방식의 진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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