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253만 ‘아동수당’ 고객 유치 혈안…시민단체, “모시는 시늉만! 혜택은 뒷전”
[이지 돋보기] 은행권, 253만 ‘아동수당’ 고객 유치 혈안…시민단체, “모시는 시늉만! 혜택은 뒷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8.2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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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은행
사진=각 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다음 달부터 지급되는 아동수당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총 3조원 규모의 아동수당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다. 소득 하위 90% 가구의 만 6세 미만(0~71개월) 아동들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한다. 첫 지급 개시일은 다음달 21일로 이후에는 매월 25일 지급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아동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증진 시킨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정책인 만큼 안정적으로 수신고를 확보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미래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각 은행은 높은 금리를 제공하거나 경품 증정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은행권의 아동수당 고객 모시기가 일회성 이벤트라는 지적이다. 그저 기회를 타 새 고객을 유치하거나 빠져나가는 기존 고객을 방어하는 수단으로써 이벤트를 벌이는 모양새라는 것.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21일 첫 아동수당을 하나은행 입출금 계좌로 수령하면 추첨을 통해 300명에게 LG건조기와 다이슨청소기, 신세계 이마트 모바일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또 아동수당 입금 시 압류를 방지하는 ‘KEB하나행복지킴이통장’의 만 5세 이하 가입자에게는 연 2.0%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아이꿈하나적금’에도 아동수당 관련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아동수당을 기업은행 계좌로 받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아이 그리고 행복’ 이벤트를 진행한다. 금융바우처 1만원과 브라이텍스, 미니버기 등 고급 카시트와 유모차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또 대상 고객 중 7~9월 동안 공과금, 4대 보험 등의 자동납부 또는 급여이체 신규 고객 중 1000명에게 추첨을 통해 유아용품 2만 원 할인쿠폰을 증정한다.

NH농협은행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아동수당 수령 고객 중 추첨을 통해 303명에게 다이슨청소기와 공기청정기, 육아지원금 5만원 등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또 이벤트 기간 동안 ‘NH착한어린이통장’과 ‘NH착한어린이적금’을 가입하는 만 13세 이하 어린이고객 500명을 추첨해 농협은행 올원뱅크 캐릭터인 올리원이 인형 1세트를 경품으로 제공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별도의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 대신 아동수당을 받는 고객들이 압류방지통장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대상을 확대했다.

시중은행들이 경품 제공 등 이벤트 수준에서 고객 모시기에 나선 반면 일부 지방은행은 파격적인 금리상품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전북은행은 아동수당 수급자 대상 ‘우리아이 최고!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내놨다. 올해 말까지 판매되는 이 상품은 아동 명의 1인 1계좌, 월 10만원 한도로 최고 연 5%(5년 만기)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 제주은행은 ‘아이사랑적금(1년 만기)’에 최고 연 3.10%, ‘행복을 가꾸는 통장(3년제)’에 최고 연 4.10%의 금리를 책정해 고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동수당 사전신청 시작일인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아동수당 사전신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동수당 사전신청 시작일인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아동수당 사전신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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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이처럼 아동수당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3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인 만큼, 수급자 확보가 곧 안정적인 수신액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아동수당 수급 대상자는 약 253만명이다. 대상자 전체가 매달 10만원씩 받을 경우, 매월 2530억원이 수급자들에게 분배된다. 은행으로서는 수급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놓으면 정기적으로 수백억원대의 수신액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실제로 정부는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간 지급할 아동수단 예산으로 95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에는 약 3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수당을 신청하는 부모를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는데다, 자녀 역시 미래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대효과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큰 예산이 투입되고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만큼 예수금 조달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개인 입장에서 10만원은 큰 금액이 아닌지라 예·적금보다는 요구불 예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고객이 수급 계좌를 자녀의 명의로 개설할 경우, 아이가 은행의 미래 고객이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치전이 고객 혜택은 뒷전인 채 은행들의 경쟁 체제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동수당 수급자인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령 가구의 자산과 소득, 아이의 연령 등 생애주기에 맞춘 계획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를 배제한 채 경품 등으로만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을 보면 청소기나 건조기 등 가전과 육아용품을 경품·할인쿠폰으로 지급하는 등 일회적인 이벤트만 벌일 뿐, 아동수단과 관련해 고객에게 장기적인 금융계획을 설계해주는 상품은 찾아볼 수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와 관련, “은행들이 아동수당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높은 금리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만큼의 이익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저 기회를 타 새 고객을 유치하거나 빠져나가는 기존 고객을 방어하는 수단으로써만 이벤트를 벌이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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