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골리앗 잡는 다윗’ 토스‧카카오, 간편 송금 장악…은행권, 복잡한 서비스에 발목
[이지 돋보기] ‘골리앗 잡는 다윗’ 토스‧카카오, 간편 송금 장악…은행권, 복잡한 서비스에 발목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08.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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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간편 송금 서비스 시장에서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은행)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말 그대로 간편 즉, 편리성에서 은행권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련 시장은 지난 2016년 본격 태동이후 1년 새 규모가 5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은행권에게는 불편함이라는 걸림돌 제거가 ‘발등의 불’이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 송금 이용 건수는 2억3633만건이다. 해당 서비스가 본격화 된 2016년(5113만건) 대비 362.2% 늘어난 규모다. 이용금액 역시 지난해 11조9541억원으로 전년(2조4413억원) 대비 389.7% 급증했다.

더욱이 올해 들어 이용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월말 기준 이용건수는 1억6293만건으로, 연간으로는 3억9103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이용금액은 11조611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과 맞먹는다. 금융권은 올해 간편 송금 이용액이 총 27조8682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2017년 2018년5월 2018년(추정)
건수 5113만건 2억3633만건 1억6293만건 3억9103만건
금액 2조4413억원 11조9541억원 11조6118억원 27조8682억원

간편 송금서비스가 급성장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쉽고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강점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은행 모바일뱅킹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은행 로그인→상대방 계좌번호‧보낼 금액‧계좌비밀번호 입력→OTP‧보안카드 인증→공인인증서 인증’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송금 대상자의 계좌번호를 알아야함은 물론, 인터넷뱅킹 등록이 안 돼 있을 경우 영업점을 찾아가 등록해야 하는 수고도 들여야 했다.

반면 간편송금은 이러한 과정 없이, 처음 계좌인증을 완료하면 이후부터는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거나 혹은 메신저(카카오톡)에 친구 등록돼 있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돈을 보낼 수 있다.

97.0%

간편 송금 시장은 핀테크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간편 송금 서비스를 제공 중인 비금융 기업은 총 7곳(비바리퍼블리카‧네이버‧카카오‧NHN페이코‧쿠콘‧엘지유플러스‧핀크)이다.

비바리퍼블리카가 2015년 2월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뒤 같은 해 6월 네이버, 이듬해 쿠콘(2월), 카카오페이(4월), NHN페이코(6월), 엘지유플러스(6월), 지난해 9월 핀크 순으로 출시됐다. 6개사는 자체 플랫폼을, 엘지유플러스는 쿠콘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중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페이가 시장을 장악했다. 2개사는 지난 5월 말 금액 기준 전체(11조6118억원)의 96.4%(11조1931억원), 건수(1억6293만건)는 97.0%(1억5812만건)를 차지했다.

간편 송금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가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 앱 토스(Toss)를 통해 휴대폰 번호만으로 가능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토스의 누적 거래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8조원, 어플리케이션(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800만 건에 이른다.

2위인 카카오페이는 비록 토스보다 출시는 1년 이상 늦었지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무료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토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토스의 실적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토스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토스의 실적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58.1%

송금 서비스를 주도했던 은행권이 간편 송금 시장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권은 기존 모바일 뱅킹에 간편 송금 기능을 추가하거나, 별도의 서비스앱을 내놓는 등의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간편 송금 이용건수 68만2500건 가운데 은행권 등 금융회사의 비중은 4.8%(3만2600건)에 불과하다. 일평균 이용금액도 총 351억2400만원 중 4.2%(14억7140만원)에 그쳤다.

은행 앱의 부진은 후발주자라는 불리함과, 서비스 이용 주 연령대인 2~30대의 불편함에 따른 거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5월 기준 간편 송금 이용객 총 906만5490명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8.1%(526만5709명), 20.0%(180만9142명)이다. 이어 20대 미만이 9.0%(82만359명), 40대 8.3%(74만8609명), 50대 3.9%(35만3802명), 60대 이상이 0.7%(6만7869명) 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 앱은 복잡할 것이라는 기존 인식이 작용하면서 서비스의 주 이용층이 외면한 것.

실제로 기존 모바일뱅킹에 간편 송금 기능을 탑재했지만, 로그인 시 공인인증서를 필요로 하거나 미리 등록해 놓은 일부 계좌에만 사용 가능 등 제약이 있는 경우도 있다. 토스처럼 간편 송금만 가능하도록 별도의 앱을 내놔도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경쟁력을 갖지 못한 사례도 나온다.

전략

은행권이 현재 부진을 탈피하려면 간편 송금 업체와의 협업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현정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토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 경쟁 관계를 벗어나 협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해 이후 협업 또는 독자 생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은행권이 간편 송금 서비스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도 정작 해당 서비스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

간편 송금 핀테크 업체 7개사는 현재 송금 건당 150~450원의 비용을 제휴 은행에 지불하고 있다. 반면 이들 업체의 무료 고객 비중은 72~100%에 이른다. 간편 송금 서비스 자체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때문에 간편 송금 서비스는 1회 50~150만원, 1일 50~2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소액 송금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초과한 금액의 송금은 대부분 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이에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근우 금융감독원 핀테크지원실장은 “간편 송금 서비스는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면서 “이에 해당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한 후 금융플랫폼으로 소비자 금융을 연계 제공하는 등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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