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문 정부 SOC 확대, ‘알맹이’ 빠졌다” 냉담…전문가, “범위 넓혀야”
[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문 정부 SOC 확대, ‘알맹이’ 빠졌다” 냉담…전문가, “범위 넓혀야”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8.08.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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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사람’을 강조하며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확대를 천명했다.

문 정부의 SOC 정책은 도서관과 체육관 등 지역밀착형 인프라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문화시설에 투자해 국민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또 지역 균형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활 혁신형 SOC는 일자리와 우리 경제의 혁신을 가져 온다”면서 투자 확대를 시사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다음 날인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역밀착형 생활 SOC사업에 8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5조8000억원)보다 50% 증가한 수치다. 생활 SOC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투자 규모를 포함하면 1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 정부의 방침에 직접 당사자인 건설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신들을 움직이게 할 재료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도로와 철도 등 토목사업과 거리를 뒀다는 게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도 정부 예산을 470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총 12개 분야 중 유일하게 SOC 예산만 감소했다(-2.3%, 19조원→18조5000억원). 이 가운데 생활 SOC는 늘리고, 건설업계가 애를 태운 도로와 철도 등 토목 사업 비중은 줄었다.

도서관과 체육시설 등 생활 SOC는 100억원에서 5000억원 이하의 중소 규모 사업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대형 건설사의 사업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기대하는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조다윗 대림산업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예컨대 단순 관리 수준이 아닌 한강의 교량 재보수 사업처럼 큰 규모가 아니라면 관심이 생길 수 없다”면서 “대북사업 등 큰 이슈가 없다면 생활 SOC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자리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자리 예산에만 무려 43조원(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을 쏟아 붓고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일자리 예산을 올해 19조2000억원에서 22% 늘린 23조500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건설 사업에 등을 돌린다면 일자리 확충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건설업이 고용 창출에 앞장섰던 게 사실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SOC 투자와 일자리 그리고 지역경제’ 토론회를 통해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31만7000개 중 건설업 일자리는 3분의 1이 넘는 11만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이슈포커스-건설경기 둔화가 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역시 올해 건설 수주가 14.7% 감소해 향후 5년간 취업자 수가 32만6000만명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그만큼 건설업과 일자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나경연 건산연 산업정책 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건설 분야 중 토목은 6년째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이다”며 “건축과 토목의 양극단 현상인데 특정 업종을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우려했다.

범위

이에 전문가들은 도로와 항만, 교량, 철도 등의 사업도 시민을 위한 지역밀착형 생활 SOC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유럽을 주목해 빠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유럽에서는 토목분야를 포함한 경제 인프라 비중이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철도, 항만, 공항, 교량 등이 여기에 속한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문화체육시설을 통한 삶의 질 향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복지혜택이지만 도로와 철도, 교량 같은 토목사업도 결국에는 국민 삶에 스며들어 생활수준을 높여줄 사회 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예를 들어 유럽처럼 도로와 철도를 생활 SOC 범위에 포함시키고 투자와 공급을 늘린다면 출퇴근 시간이 단축된다. 국민 삶의 질과 만족도는 크게 향상되고 이는 곧 ‘교통복지’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많은 인력이 요구되는 토목사업 특성상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물론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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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점

문 정부는 그동안 토목사업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토목사업 투자 확대로 단기적인 일자리 마련과 경제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이런 유혹을 떨치고 중장기적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SOC를 제쳐둔다면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생활 SOC 범위 확대를 위한 좀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합의점을 찾을 때라는 목소리가 정부로 향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탄력 받고 고용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던 정부의 숨통도 트일 묘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재권 한국기술사회 회장은 “자연재해를 대비하고 노후한 시설을 보수하는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SOC 시설의 재보수를 중심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경제가 부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규 대중교통사업을 통해 생활 SOC 범위를 늘려야 한다”며 “서울로 통하는 대중교통 노선을 확대한다면 서울로 몰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어 집값 안정과 동시에 일자리 만들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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