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박원순, 문 정부에 강력 ‘백태클’…‘아파트값 띄워놓고’, 개발 전면 보류에 ‘허탈’
[이지 돋보기] 박원순, 문 정부에 강력 ‘백태클’…‘아파트값 띄워놓고’, 개발 전면 보류에 ‘허탈’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8.09.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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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 프로젝트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에 강력한 ‘백태클’을 걸었다.

더욱이 박 시장은 개발 프로젝트의 잠정 보류를 선언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마련한 후 다주택 양도세 중과 등의 추가 규제를 속속 내놓으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 잡기에 나섰다.

이에 올 2월 이후 한동안 거래량이 줄었다. 또 최근까지 부동산 가격 안정화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가격은 하락 및 보합세가 이어졌다.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 된 건 한순간이었다. 박원순 시장의 이른바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찬물을 끼얹은 것.

박 시장은 지난 7월 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찾은 싱가포르에서 기자단에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는 등을 골자로 한 일명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구간에 MICE 단지와 쇼핑센터 개발 등의 발전 계획을 밝혔다.

이후 서울아파트값은 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올랐다. 더욱이 불길은 여의도, 용산과 가까운 동작구, 양천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으로 번졌다. 또 지난달 20일 강북 경전철 사업 추진 계획까지 나오면서 서울 전역이 들썩였다.

3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2월 초 0.54% 상승한 후 같은 달 말에 0.32% 하락했다. 이후 4월까지 꾸준한 내림세를 보였다. 또 5월부터 6월 말까지 0.05% 대를 오르내리며 눈에 띄는 안정세를 보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문 정부의 규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이 7월 10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개발 계획을 천명한 후 상황이 역전됐다.

7월 둘째 주 서울아파트 가격이 0.05% 오른 이후 0.06%→0.08%→0.11%→+0.12%→0.15%로 한 주가 지나갈수록 상승폭을 키웠다. 이후 강북 개발까지 겹치면서 지난 2주간 0.34%→0.57%로 급등했다. 지난 주 상승률은 올해 최고치다.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매출이 자취를 감췄다. 가격이 계속 오르니 위약금을 주더라도 안파는 게 이익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거래는 힘들고 대기 수요는 꾸준해 매물이 나오면 상승한 호가가 거래로 이어져 오름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소재 B부동산 관계자는 “은퇴 세대를 중심으로 퇴직금 등의 여유자금을 서울의 괜찮은 아파트에 투자하는 추세”라면서 “박 시장의 재개발 계획은 이 같은 투자 심리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전했다.

혼란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박 시장이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재개발 정책을 전면 보류한 것.

정부와 박 시장 모두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시장은 허탈하다는 장탄식이 쏟아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는 서울시 개발계획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 시장은 같은 달 30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부동산시장이 좋은 것만 반응했다. 시장 분위기를 몰랐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여의도 소재 C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이나 실수요자 모두 박 시장이 한 달 만에 자신의 계획을 철회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면서 “시장만 뜨겁게 달궈놓고, 당사자격인 시장만 뒷방으로 빠지자 시장이 혼란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의도와 용산 등 개발 계획 중심 지역의 매수세가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위원은 “정부가 경고(추가 규제 대책 등) 신호를 보냈고 집값 상승의 진앙지 역할을 한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발표로 매수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억지로 누른 과열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실수요자들은 규제보다 개발 호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B부동산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아파트값이 오를 때 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정부의 규제로 잠시 진정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다시 가격이 오를 조짐이 보인다면 너도나도 투자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정부와 서울시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함께 장기적 관점의 부동산 정책을 고민하고, 시장에 뚜렷한 메시지를 전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동환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현재 공시지가 현실화, 다주택자(3채) 종부세 강화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출 규제도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울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대규모개발은 정부와 서울시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단순히 도시 재개발만 집중한 게 아니고 서울시 특히 강북 발전을 위한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정책도 주목했기 때문. 박 시장은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나눔카 주차장 설치 의무화, 마을 단위 ‘생활상권 프로젝트’, 대학 연계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 확대 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시민은 보고 싶은 것만 볼 뿐이었다. 박 시장의 이른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과 강북 경전철 사업 추진 등이 부동산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크게 키웠다.

B공인중개사는 “투자자들은 가격의 변동성이 없으면 신중한 모습으로 관망하지만 일단 가격이 상승하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매수할 마음이 생긴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발 호재 소식을 들었으니 가격이 크게 올랐어도 추격매수를 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사태의 심각성의 전했다.

결과적으로 집권여당 소속인 박 시장은 정부와 다른 그림을 그린 셈이 됐다. 정부가 지향하는 부동산 정책과 박 시장의 개발계획이 완전히 엇갈리면서 생긴 ‘부동산참사’였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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