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동참에 ‘뭉그적’…포용적 금융은 말로만?
[기자수첩]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동참에 ‘뭉그적’…포용적 금융은 말로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0.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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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정부와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은행권에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 모토인 ‘포용적 금융’의 일환이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권은 마음이 썩 내켜하지 않는 하는 분위기다.

동산담보대출은 공장 기계설비나 철근 등의 원자재, 농축산물, 매출 채권 등의 유형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인프라와 법‧제도 개선을 위해 동산가치평가의 정확성, 활용도를 높이고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은행의 담보 관리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동산담보 활용 기업에는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은행에는 자금조달비용과 건전성관리 부담을 낮춰주는 등 적극적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동산담보대출의 활성화가 반갑지 않은 눈치다.

금융당국의 방안이 지난 5월에 나왔고, 은행들의 이익단체인 전국은행연합회가 8월 ‘동산담보대출 취급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상황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동참한 은행은 아직까지는 IBK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은행들은 “시스템 구축 중이다”, “시범 적용 테스트 중이다”, “검토하고 있다”며 시간만 끌고 있다. 여러모로 하기 싫은 티가 팍팍 난다.

은행들이 동산담보대출을 꺼리는 이유가 있다. 사실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추진한 전력이 있기 때문.

당시 동산 담보는 약점이 많았다. 담보 감정이 비교적 쉽고 가치가 확실한 부동산과 달리 동산은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때문에 은행이 담보물을 일일이 추적해야 하는 등 사후관리에 번거로움이 있다.

게다가 감가상각이 적용되기 때문에 담보 가치를 판단하기 힘들고, 한번 정한 가치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닌 탓에 담보력도 부족하다. 또 담보권 실행 시 처분이 비교적 수월한 부동산과는 달리, 동산 담보는 해당 물건의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으면 제값을 받고 처분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러한 단점들을 이미 경험해 본 탓에 은행들이 동참에 머뭇거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동산담보대출은 기존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강했다. 담보물 사후관리도 신기술인 IoT 도입을 통해 보완했고, 이밖에 담보 평가와 회수 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세워 놨다. 그럼에도 과거의 실패만 들먹이며 동참을 주저하는 것은, 그동안 들어왔던 안정적인 영업행태만 고집한다는 비판에 사례 하나를 더하는 셈이다.

은행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국민의 재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관이다. 더욱이 본인들의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 자금이 필요한 곳에 돈을 융통해 숨을 틔워주는 본연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순히 기부금 좀 내고 봉사활동 다니고 이자 좀 감면해준다고 포용적 금융을 실천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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