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신용대출’ 줄이고 ‘담보대출’ 늘리고…중‧저신용자, 제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
[이지 돋보기] 은행권, ‘신용대출’ 줄이고 ‘담보대출’ 늘리고…중‧저신용자, 제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0.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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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낮은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은행의 유형별 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말 대출 잔액은 총 1224조937억원이다. 이중 담보대출은 56.4%(690조1284억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더욱이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액은 659조5734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53.9%, 담보 대출의 95.6% 비중이다. 반면 신용대출 잔액은 342조2389억원으로 전체 대출 중 28%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대출 잔액 243조7544억원 가운데 담보대출은 152조1105억원. 64.8%의 비중이다. 반면 신용대출은 58조328억원으로 24.7%에 머물렀다.

KEB하나은행은 대출 잔액 194조6934억원 중 담보대출이 121조6069억원으로 62.4%, 신용대출은 43조7304억원으로 22.5%를 차지했다.

IBK기업은행은 187조2613억원 가운데 114조5637억원을 담보대출로 빌려줘 61.2%의 비중을 보였다. 반면 신용대출은 46조7154억원으로 25.0%였다.

신한은행(201조2936억원/107조1310억원/53.2%)과 NH농협은행(194조1242억원/106조853억원/54.7%)도 담보대출 비중이 과반을 넘었다. 이들 은행 역시 신용대출 비중은 각각 29.6%(59조5057억원), 30.1%(58조4152억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6개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담보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았다. 202조9669억원의 대출 잔액 가운데 담보대출은 88조6309억원으로 43.7%, 신용대출은 75조8394억원으로 37.4%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8년 6월말 2017년 6월말
총 대출 잔액 1224조937억 1145조7256억
담보대출 잔액 690조1284억(56.4%) 639조7487억(55.8%)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 659조5734억(53.9%) 607조7453억(53.0%)
신용대출 잔액 342조2389억(28.0%) 336조2759억(29.4%)

건전성

은행권의 담보대출 선호 현상은 건전성 유지 및 개선에 효과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위험가중치는 보통 기업대출이 60%, 가계대출이 25%를 넘나든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20% 미만이다.

더욱이 신용대출은 담보대출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준비해둬야 한다. 상환이 막혀도 담보권 실행을 통해 손실의 일정부분을 매울 수 있는 담보 대출에 비해 신용 대출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대출이 채권 불량 위험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유로 은행들이 신용대출은 줄이고 담보대출을 더 늘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6개 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0.38%에서 올해 6월 말 0.33%로 0.5%포인트 개선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고 담보대출을 늘리는 영업 행태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총 대출액 1188조4251억원 가운데 담보대출은 666조5488억원으로 56.1%의 비중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56.4%로 1년 새 0.3% 증가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신용대출 비중은 28.9%에서 28.0%로 0.9% 감소했다.

1년 간 대출 증가율을 보면 담보대출은 666조5488억원→690조1284억원으로 3.5%(23조5796억원) 불었다. 반면 신용대출은 343조7114억원에서 342조2389억원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금융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빚 상환을 더 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안정적인 담보 위주의 대출에만 몰두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의 각종 대책 발표와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 규제 시행 전 주택 마련 등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담보대출 비중이 늘어난 것”이라며 “신용대출을 소홀히 하거나 기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담보나 보증이 없어 은행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중‧저신용자들이 제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높아진다.

실제로 국내 7개(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은 20조8509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8630억원)보다 16.7%(2조9879억원) 불어났다.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6조원) 대비 8.6%(4조8000억원) 늘었다.

둘 다 제 2금융권인 카드사와 보험사에서 취급하는 대출 상품이다.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대체제로 선택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비싸다. 카드론은 연 15~20% 정도고 보험계약대출 역시 연 6~10% 내외다. 통상 5% 미만인 은행에 비해 높다. 소비자들의 대출 질만 떨어지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행권에 만연한 부동산 위주 담보 금융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보다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위험 회피적 성향으로 대출 시 원리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단인 담보에 크게 의존하는 금융형태를 취하고 있다”면서 “은행 스스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관행적 요인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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