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신입행원 성별 공개 앞두고 난감…‘성차별’ 채용 논란 불 지필까 근심↑
[이지 돋보기] 은행권, 신입행원 성별 공개 앞두고 난감…‘성차별’ 채용 논란 불 지필까 근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0.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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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 중인 은행권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올해 3분기부터 경영공시에 신규 채용자의 성비를 공개하도록 한 까닭이다.

올해 초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에서 일부 은행은 임의로 남녀 합격자 비율을 조정한 전횡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행원의 성비가 공개된다면 ‘성차별 채용’이라는 논란에 불을 지필 우려가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말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의 별책서식 제120호 ‘은행 경영공시 등 서식’을 개정했다.

바뀐 세칙을 보면 은행들은 3분기 경영공시부터 신규채용 현황을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한 신입행원 총원과 이중 여성의 명수, 비율 등의 내용을 연도별로 기입하도록 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은행권의 하반기 채용 일정을 고려하면 공채가 완료되는 4분기 경영공시부터 이러한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공시 서식이 이같이 개정된 이유는 지난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여성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의 영향이다. 올해 초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에서 일부 은행이 면접자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비를 임의로 조정한 혐의가 나와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이같은 방안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남녀 합격 비율을 인위적으로 75%, 25%로 맞추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또 KEB하나은행은 남녀 신입행원의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하고 성별에 따라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해 차별 채용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남녀고용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이모 전 부행장과 김모 전 HR본부장, 권모 전 인력지원부장과 오모 전 인사팀장 등 4명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돼 오는 26일 1심 판결이 내려진다. 이들 역시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평가점수 및 면접점수를 높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5~2016년 주요 은행 신입 행원 성비 현황>
은행 남성 여성
국민 429명(65.5%) 226명(34.5%)
신한 406명(74.9%) 136명(25.1%)
우리 307명(64%) 173명(36%)
하나 350명(81.6%) 79명(18.4%)
기업 393명(67.5%) 189명(32.5%)

점수 조작 등의 비리가 관여돼 있지 않더라도 은행권의 남성 신입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6년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은행) 주요은행의 신입채용에서 최종 합격자는 2688명으로 이중 남성이 1885명(70.1%), 여성 803명(29.9%)으로 7대 3의 비율을 보였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은 이 기간 429명을 뽑는 과정에서 남성은 350명(81.6%)을 채용한 반면 여성은 79명(18.4%)에 불과해 가장 불균형적인 성비를 보였다.

또 ▲신한은행 남성 406명(74.9%), 여성 136명(25.1%) ▲IBK기업은행 남성 393명(67.5%), 여성 189명(32.5%) ▲KB국민은행 남성 429명(65.5%), 여성 226명(34.5%) ▲우리은행 남성 307명(64%), 여성 173명(36%) 등 다른 은행들의 여성 신입행원 비율도 20~30%대에 머물렀다.

난색

은행권은 신규채용 성비 공개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세칙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4분기 공시에서 성비가 불균형이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성차별 채용 논란의 재점화 우려가 높은 탓이다.

은행들은 신입 채용의 성비 불균형을 당장에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직원 배치 등에서 남성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에서는 남녀별로 맡게 되는 직무‧부서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수신이나 자산관리(WM) 업무에는 보통 여성 행원이, 여신 영업과 기업금융 등 업무에는 남성 행원이 주로 배치된다. 최근에는 이와 반대되는 사례도 나오지만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여성이 주로 가는 부서의 인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남성과 동률로 채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여성 행원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으로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인력 운용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성 행원이 주로 담당하는 수신이나 자산관리보다는,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는 기업금융과 영업, IT 분야 쪽에 인력 수요가 많다”며 “해당 분야들은 남성 인력 비중이 더 높은 만큼,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은행이 기존의 남성‧여성 선호 업무라는 관행을 깨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은행에서 여성은 수신, 남성은 영업이라는 보수적인 관행을 버리고 성별 관계없이 다양한 부서에 골고루 배치하는 인력 운용이 필요하다”며 “업무 및 직무 불균형부터 해소해야 신입 채용 성비의 균형도 차차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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