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공시가격제도가 부유층에 세금 혜택 준다고?…시세반영률의 민낯, 대안 마련 시급
[이지 돋보기] 공시가격제도가 부유층에 세금 혜택 준다고?…시세반영률의 민낯, 대안 마련 시급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8.10.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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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 속 주택과 기사내용은 무관함.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지역별 주택가격을 공시하는 공시가격 제도가 부유층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있어 하루 빨리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가 주택의 경우 비교적 정확한 시세반영률이 적용되지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주택은 시세반영률이 낮아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지역에 따라 공시가겨 시세반영률이 천차만별인 게 문제라는 진단이다.

이에 정부가 더 구체적이고 일관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29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서울시 단독다가구 주택의 실거래가 내역’에 따르면 마포, 용산, 강남, 서초 등 서울 중심부에 위치하거나 한강에 인접한 지역일수록 시세반영률이 45% 이하로 낮게 책정됐고 구로, 은평 등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시세반영률이 높았다.

특히 지난해 1억1000만원에 거래된 강북구 미아동의 단독주택은 1억400만원으로 95%에 육박하는 시세반영률을 나타냈지만 64억5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역삼동 소재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6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5%에 그치면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공시가격 책정 방식도 엉터리다. 정동영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0일 공동으로 공개한 공시가격 상위 20위 단독주택에 대한 국토부의 공시가격과 국세청의 건물(집)값을 비교분석한 결과, 최소 2000만원~최대 74억원의 차이를 보였다. 두 기관의 산정액 차이가 10억원이 넘는 경우는 20채 중 7건이었다.

공시가격은 60여개 항목의 세금과 부담금을 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보유세(재산세, 종부세),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등록세, 상속·증여세) 책정에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등에도 공시가격은 중요한 근거로 작용된다.

그러나 고가의 주택일수록 거래가 드물어 공시가격 산정이 어렵고 반면 가격이 낮으면 거래가 빈번해 가격 책정이 훨씬 수월하다. 이에 따라 부자들의 세제 혜택만 늘고 있다. 공시가격에 따른 보유세가 근로소득세 등의 다른 세금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낮아 집값에 비해 세금이 터무니없이 적고 집값은 수억원이 올랐지만 세금은 고작 몇백만원 정도 오르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이의 신청도 끊이지 않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적으로 1117건이 제기됐다. 전년 대비 727건이 증가해 약 3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특히 전체 건수 중 아파트값이 급등한 서울·경기가 80%를 차지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현실화

정부도 좌시하지만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13대책의 일환으로 주택 유형별, 지역별, 가격별 형평성이 제고되는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현실화한다고 밝혔다.

13년 된 주택 공시비율 손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비율은 감정원이 산정한 주택 가격에 일정 비율을 곱해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현재 80%의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1억원의 집이라면 공시가격은 8000만원으로 책정된다. 또 정부는 공시비율 손질 말고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제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 집값 상승분을 그대로 공시가격에 최대한 반영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을 지금보다 더 올리기 어려운 이유는 과세가 올라 세금의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며 “재산세 하나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60여개 법률을 다 손봐야 해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기초수급자 탈락 등의 변수가 생겨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점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현실화율을 과세당국(국세청)이 적용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마다 달리 적용되는 편차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며 “거래 빈도가 많은 주택과 많지 않은 주택의 시장가격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아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 직원은 “현재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며 “어떻게 되고 있다는 세부사항이 결정된 것은 아니고 지금 말씀할 수 있는 건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새로운 관점도 있다. 엉터리 공시가격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 공시가격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뜻이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제도의 원래 취지는 부동산 가격의 다원화를 일원화해서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는데 그 의미가 무색해졌다”며 “공시가격의 탄생부터 실거래가와 괴리를 가짐으로써 지금과 같은 상황에 봉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거래가는 공시가격과 상관없이 움직이는데 공시가격으로 실거래가를 가늠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다”며 “부동산은 다원화인데 일원화를 하려고 하면서 정책적 모순이 발생한다. 적어도 공시가격의 기능이라도 축소한다면 또 다른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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