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국민 10명중 6명 가입한 '실손의료보험'…복잡한 절차에 청구 포기 사례 속출
[이지 돋보기] 국민 10명중 6명 가입한 '실손의료보험'…복잡한 절차에 청구 포기 사례 속출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0.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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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복잡한 청구 절차 때문에 혜택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금 청구 시 구비해야 할 서류가 만만찮은데다 이를 제출하는 방법도 번거로운 탓에 금액이 적을 경우, 아예 혜택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잦은 탓이다.

이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화를 도입해 관련 제도를 간소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국민 3400만명이 가입한 ‘국민 보험상품’의 위치를 확고히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개인실손의료보험 현황’을 보면 6월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396만건으로 지난해 말(3359만건) 대비 1.1%(37만건) 증가했다.

통계청의 올해 우리나라 인구 추정치는 5164만명이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실손보험이 인기가 좋은 까닭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이유에서다.

인기가 높지만 보험금 청구 및 수령 절차는 매우 불편하다. 보험금을 받으려면 가입자가 치료를 받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불한 후 진료비영수증과 진단서, 진료비상세내역서, 보험금청구서 등을 직접 준비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가입자가 병원 이용 후 전화 등을 이용해 보험사에 치료 사실을 통보한다. 이때 보험사가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해 보험설계사에게 맡기거나 팩스‧우편‧이메일 제출, 직접 방문 등으로 접수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실손 보험 청구체계는 불편할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때문에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에는 가입자가 청구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돈을 받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18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20세 이상 실손보험 가입자 중 공제액(외래 1만5000원, 약 처방 8000원)을 초과한 진료비가 지출돼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지만 포기한 비율이 ▲입원 4.1% ▲외래 진료 14.6% ▲약 처방 20.5%다.

미청구 이유로는 ‘소액이라서’가 90.6%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번거로워서 5.4% ▲시간이 없어서 2.2% ▲진단서 발급 비용 등이 지출돼서 1.9% 등의 의견도 있었다.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율(공제액 차감 후). 자료=보험연구원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율(공제액 차감 후). 자료=보험연구원

간소화

때문에 실손보험금 청구 과정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 간에 시스템을 구축해 치료를 마친 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결제하면서 청구를 요청할 경우 자동으로 즉시 접수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같은 움직임이 제한적으로나마 도입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분당서울대병원과 병원 내 무인단말기를 이용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소액의 실손보험금을 병원 진료 후 자동 지급하는 ‘보험금 자동 지급 서비스’를 구축하고 상계백병원, 삼육서울병원, 수원 성빈센트병원 등 3곳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KB손해보험도 지난 5월부터 신촌‧강남세브란스병원과 진료비를 납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서류 발급 및 청구서 작성 등의 절차 없이 인증만 하면 보험금이 청구되는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특정 보험회사와 요양기관에만 국한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시스템을 대중화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요양기관에서의 자동 전산 청구가 대중화되려면 전 보험사와 국내 모든 요양기관이 따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비용 문제나 행정적 처리 등 쉽지 않은 일이라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 등에서도 제도적으로 실손보험금 청구를 간소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실손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송해줄 것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전산망을 이용해 서류를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에서도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실손보험금 청구 간편화를 의제로 삼아 실무협의체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손보험 청구 절차가 심평원 전산망을 활용하게 될 경우 절차가 굉장히 간편해지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민간보험 업무를 공적기관에 위탁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지만, 환자 및 가입자들의 입장에서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 청구 전산화 시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건강보험 비급여 부분 등의 표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산화 및 자동화가 이뤄지면 요양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증빙서류를 이용해 청구하므로, 청구절차에 따른 피보험자의 불편 및 시간소모도 없어질 것”이라며 “요양기관의 종이서류 발급 및 보험회사의 수작업 업무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건강보험 비급여 부분의 표준화와 전산체계 구축비용의 최소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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