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은행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움직임…은행권. “우리가 폭리?” 심기불편
[이지 돋보기] 금융당국, 은행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움직임…은행권. “우리가 폭리?” 심기불편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1.0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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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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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대출을 약정 기간 보다 먼저 갚을 경우 부과되는 수수료) 인하를 주문하고 나섰다.

대출자들이 금리 등 조건이 유리한 상품이나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데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은행권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니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모습이다. 대출 상품 제반에 소요되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계산한 것인데 폭리를 취하거나 잘못된 관행이라는 시선이 억울하다는 것.

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은행권의 중도상환수수료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4월 내놓은 ‘가계부채 대응방안’의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대출자가 만기 전에 대출금을 미리 갚으려 할 경우 부과되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예정보다 빚을 빨리 상환하게 되면 은행은 나머지 이자를 받지 못하므로 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객에게 비용을 물리는 것.

은행으로서는 합리적인 부과 명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중도상환수수료가 더 나은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아 부담을 지속시키는 탓이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연 4% 변동금리로 1억원을 대출 받은 A씨가 금리 인상을 대비해 같은 은행의 연 4.1%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고 할 경우, 은행에서는 A씨에게 수수료를 부과한다. 수수료율은 은행에 따라 다르지만 중도상환으로 인한 이자 손실 등의 비용을 따져 통상 대출금의 1.5% 수준으로 책정된다.

이렇게 되면 A씨는 남은 대출 잔액 전부에 150만원을 더 얹어서 은행에 상환해야 한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대출자들에게는 꽤나 큰 부담으로 작용해 상품을 바꾸는 걸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은행권이 이같은 방식으로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매년 2000억원에 달한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2064억원이다.

지난 2014년 2121억원이었던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2015년 2703억원 ▲2016년 2339억원으로 줄곧 2000억원을 웃돌았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049억원을 거둬들여 연간 수입은 2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장 의원은 이에 대해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도상환수수료로 고객의 조기상환을 제약하며 큰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구(왼쪽)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부문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최종구(왼쪽)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부문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촉각

금융당국의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움직임은 지지부진했다. 지난 4월 가계부채 대책 발표에서 7월까지 개선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지금껏 미뤄지며 감감무소식이었던 것.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달 중으로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부문 종합감사에서 “중도상환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검토할 상황이 많아 4월 이후 연구용역을 진행했다”며 “이 결과가 11월 중으로 완료된다. 곧 개선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최 위원장 발언에 앞선 25일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출범 후 1년간 시행해온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현황’ 경과를 발표하면서 인하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출범 이후 올해 9월까지 1년여 간 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대출 고객 중 대출금을 중도상환한 10만5229명(대출액 2조123억원)에게 수수료를 면제했다. 그 결과 대출자의 비용 절감 추정액은 7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한국카카오은행
자료=한국카카오은행

카카오뱅크는 저렴한 해외송금 수수료 정책을 실시해 시중은행들도 덩달아 인하하게 만드는 등 ‘메기효과’를 일으킨 전례가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카카오뱅크의 발표는 금융당국의 개선방안과 시너지를 일으켜 시중은행들을 자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울러 중도상환수수료를 일정 수준으로 인하하면 소비자의 대출상품 이동이 자유로워진다. 이에 은행 간 금리인하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방안이 나오면 구체적인 움직임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인하폭을 얼마나 제시할지 등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이에 맞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현재는 수수료 인하 시 고객 이동과 수익 증감에 대한 예측만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시행 시 드는 비용들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부과하는 것인데 이를 은행의 폭리 취득이나 잘못된 관행 등으로만 보는 분위기에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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