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소상공인 돕는다는 ‘제로페이’ 잘 될까요?…“결제도 그렇고, 혜택도 그렇고” 실효성 의문
[이지 돋보기] 소상공인 돕는다는 ‘제로페이’ 잘 될까요?…“결제도 그렇고, 혜택도 그렇고” 실효성 의문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1.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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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가칭) 업무협약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로페이(가칭) 업무협약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추진 중인 ‘소상공인 간편결제(가칭 제로페이)’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용카드가 대세인데 결제 방식으로 계좌 간 직불결제를 고수해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유인책도 시원찮아 굳이 다양한 혜택의 신용카드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시범사업은 다음달부터 예정돼 있다. 해당 사업에는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18개 금융회사와 네이버‧엔에이치엔페이코‧한국스마트카드‧신세계아이앤씨‧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간편결제 플랫폼 10개사가 참여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사업에 참여한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사를 한 후 간편결제 어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가맹점 QR코드에 앱을 인식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바로 이체되는 방식이다.

신용‧체크카드와는 달리 결제 과정에서 카드사와 부가통신업자(VAN사)가 제외된 덕분에 수수료가 0%다.

제로페이는 가맹점 연매출액 기준 8억원 이하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고(0%) ▲8억~12억원 0.3% ▲12억원 이상은 0.5%만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는 카드 수수료가 ▲3억원 이하 가맹점이 0.8% ▲5억원 이하 1.3% ▲5억원 이상 2.3%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계좌이체 시 발생하는 은행 수수료는 서울시가 은행들과 합의해 일정 부분 할인하거나 아예 면제키로 했다. 이렇게 발생 가능한 비용을 최대한 줄여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한다는 것이 제로페이의 도입 취지다.

제로페이 사용 방법은 ▲소비자가 직접 매장 내 설치된 가맹점 QR코드를 인식해 보낼 금액을 입력해 송금 ▲가맹점에서 매장 내 결제단말기(POS)를 통해 소비자 앱의 QR코드를 읽어 들이는 등 두 가지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홍종학(왼쪽 첫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원순(왼쪽 두번째)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종학(왼쪽 첫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원순(왼쪽 두번째)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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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시범사업에 굵직한 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를 통해 사업에 동참한다. ‘롯데리아‧엔제리너스‧크리스피 도넛‧TGI 프라이데이스’ 등의 다수 브랜드를 운영하는 롯데GRS도 함께한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소비자를 어떻게 유인하느냐다. 가맹점 입장에서야 수수료 비용이 줄어드니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로서는 굳이 잘 쓰던 기존 결제수단을 놔두고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부족하기 때문.

먼저 제로페이의 소비자와 판매자 간 계좌이체 거래는 신용카드 결제가 대세인 현재 국내 상황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방식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지급카드 전체 이용실적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8.7%로 집계됐다. 반면 계좌에 있는 잔액으로만 결제할 수 있어 제로페이와 유사한 체크카드의 비중은 21.1%에 불과하다.

서울 서초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모(30/남)씨는 “대부분 결제를 신용카드로 한다. 월급을 받아도 카드 대금 결제와 적금 등이 빠져나가면 계좌에 남아있는 금액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한 이후 체크카드는 교통카드 정도로만 사용한다. 제로페이가 체크카드 같이 계좌 내 금액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라면 아마 쓰는 일이 적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양한 혜택으로 무장한 신용카드에 비해 제로페이의 소비자 유인책은 초라하다. 이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서울시가 밝힌 제로페이 사용혜택 중에는 소득공제율 40%가 대표적이다. 이는 신용카드(15%)나 현금영수증(30%)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신용카드의 다양한 혜택에 대항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제로페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소비자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혁 서울시 서울페이추진반 주무관은 이와 관련, “제로페이에 참여한 결제플랫폼 사업자와 가맹점 측에서 향후 수수료가 절감되면, 경감 비용 중 일부를 마케팅 비용으로 활용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참여 사업자들도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 주무관은 또 “시 차원에서도 소득공제뿐만 아니라 향후 공공 문화체육시설 할인 혜택 등 소비자들의 이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결제 방식을 제공함과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와 은행, 소상공인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종 중간 수수료가 감면된다는 것은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에게 충분히 이득이 될 수 있고, 은행도 제로페이를 통해 소상공인 가맹점을 확보해 망 확대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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