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뜨거운 감자’ 분양원가 공개…건설업계 “채찍 휘두를 땐 당근도 줘야” 푸념
[이지 돋보기] ‘뜨거운 감자’ 분양원가 공개…건설업계 “채찍 휘두를 땐 당근도 줘야” 푸념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8.12.0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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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분양원가 확대 공개를 천명한 가운데 건설업계는 실효성이 없다며 냉담한 분위기다.

더욱이 “채찍만 휘두르고 당근은 없다”는 푸념이 터져 나오는 등 정부와 업계 간 대립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정부의 분양원가 공개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건설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불똥이 엉뚱한 곳을 향했다는 것.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확대한다고 해서 거품이 잡히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현재 12개인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62개로 대폭 확대했다. 지난 2007년 9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운영했던 61개 공시항목을 유지하면서 ‘공조설비공사’를 별도로 구분해 62개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정부는 공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정해진 분양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따라서 공사에 투입된 비용 내역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해서 분양가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의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11년 이후 7년간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분양가는 그간 30~80%까지 부풀려졌다. 국정감사 때 일부 공개했던 자료와 경실련이 정보공개 요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분양원가가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원가 공개는 서민 주거 안정과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판시도 있다. 경실련이 공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분양원가 소송에서 대법원은 “분양원가 자료를 공개해도 건설, 분양 등 업무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보 공개로 수분양자들이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를 통해 그동안 공급자 위주였던 주택공급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건설사의 입장은 다르다. 주택 가격의 상승은 건설사의 분양원가와 큰 관계가 없다는 것. 오히려 화살을 토지 가격으로 돌렸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거품을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방향이 틀렸다”며 “집값은 대부분 토지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건축부분의 분양원가 공개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분양원가는 토지비용, 건축비, 간접비용, 건설사 이윤 등을 감안해 산정한다. 문제는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땅값이다. 서울 및 수도권의 경우 토지비가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및 수도권의 택지가 부족해 자연스레 땅값이 오르는 구조다. 과거에는 토지 값이 3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60%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며 “건설사의 분양원가보다 토지 관련 원가가 투명해져야 분양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대립

분양원가 확대 공개가 건설사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악재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철거, 창호, 조명 등 협력업체들은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개발 비용 등이 원가에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 즉, 이윤을 남기기 힘든 구조가 돼 자금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세부공정마다 업체가 다르다”며 “예를 들어 기존에는 어떤 공정에서 손해를 보면 다른 공정에서 메우는 구조가 될 수 있는데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면 특정 협력업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이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항목별로 분양원가 산정이 어렵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또 일단 분양원가가 공시된 뒤에도 실제 투입되는 비용이 달라질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큰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분쟁과 소송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원가를 공개한 후 공사 기간 동안 자재비, 인건비, 금리 등이 올라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결국 업체들만 막대한 손해를 볼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기업들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자연스레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기존 12개 항목을 유지하면서 주택 가격을 잡겠다는 원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공급이 위축돼 정책의 역효과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에 정부와 현장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유시장경제 논리에서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고 그로 인해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며 “건설사도 이윤을 남겨야 한다.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이 병행되는 등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도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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