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보험의 꽃’ 전속 설계사 지고 대리점(GA) 뜨는데…불완전판매‧철새 설계사 어쩌나
[이지 돋보기] ‘보험의 꽃’ 전속 설계사 지고 대리점(GA) 뜨는데…불완전판매‧철새 설계사 어쩌나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2.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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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보험의 꽃으로 불리는 영업 및 판매 채널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는 그동안 직접 채용한 전속 설계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속 설계사를 줄이고 GA에 상품을 위탁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GA 영업 방식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관련 채널이 단기간에 확대됨에 따라 다양한 보험 상품을 비교‧안내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설계사들의 이직도 잦아 소비자들이 보험금 청구나 관련 자문을 구하는 등의 서비스를 받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손해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는 18만4672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18만8956명)보다 2.3% 감소한 규모다. 반 년 새 4000명이 넘는 전속 설계사가 회사를 떠난 것.

2014년 말 20만9226명이던 전속 설계사는 ▲2015년 말 20만2989명 ▲2016년 말 19만6796명 등 지속 감소세다.

반면 GA소속 설계사는 늘고 있다. 2014년 말 18만9288명에서 2015년 말 20만4282명으로 증가하며 전속 설계사 수를 넘어섰다. 이어 ▲2016년 말 21만3991명 ▲지난해 말 22만3168명 ▲올해 상반기 말 22만4969명으로 3년 반 동안 18.9%(3만5681명) 증가했다.

GA는 보험회사와는 독립된 별개의 판매모집조직을 말한다. 한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보험 상품을 소비자에게 비교‧안내해 판매한다.

전속 설계사가 줄고 GA 설계사가 증가한 이유는 보험업계에서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조가 확산된 탓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대규모 전속 설계사 조직을 확보하는 것이 보험사의 안정적 성장과 고수익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고 인식됐다. 그러나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가 추진되는 등의 비용 증가가 보험사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 것. 여기에 GA의 고수당 정책 영향으로 전속 설계사들이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GA도 대형화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소속 설계사가 500인 이상인 대형 GA는 57곳으로 2014년 말(37곳)보다 1.5배 늘었다. 1만명 이상의 설계사를 거느린 초대형 GA도 3개사에 달한다.

업계가 대형화되면서 GA는 국내 보험시장의 핵심 판매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전체 손해보험 판매액 중 45.9%를 GA가 담당했다. 개별 보험사별로는 현대해상의 GA 판매 비중이 61.1%로 가장 높았고, 메리츠화재도 57.5%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밖에 ▲한화손보 41.5% ▲삼성화재 36% ▲롯데손보 23% 등이 높은 비중을 보였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역할

문제는 GA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한 탓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GA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는 점은 글로벌 보험시장의 경향과 비슷하다. 보험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전속 채널의 운용비용 절감과 자문 서비스 수요 확대를 위해 비전속 채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실제로 영국과 호주 등에서는 GA와 비슷한 개념의 독립투자자문업자(IFA)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IFA는 보험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컨설팅형 판매 채널이다. 둘 다 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회사의 금융상품을 비교해 고객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국내 GA에서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기능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IFA는 금융사와 고객 사이의 중개인 역할이 강하며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므로 고객에 보다 유리한 상품을 제시한다. 반면 국내 GA는 보험사에게 위탁 채널로서 수수료를 받는 탓에, 상품의 비교를 통해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제공하기보다는 수수료가 유리한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GA 소속 설계사들의 이직이 잦다는 것도 문제다. 경쟁 대리점에서 높은 수수료를 제시하면 철새처럼 이리저리 옮겨가기 일쑤다. 실제로 국내 보험시장에서 13월차 설계사의 정착률은 40%대에 불과하다. 10명이 동시 입사해도 1년 뒤에는 4명만 남는다는 뜻이다.

특히 GA 설계사의 이직 경험은 과반이 넘는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설계사 이직 요인과 정착률 제고 방안’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기준 최근 5년 이내에 이직 경험이 있는 GA 설계사는 55.3%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이직 경험이 있는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속 설계사(12.6%)보다 4.4배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상품 가입 이후 보험금 청구 등에서 일관적인 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

GA 설계사인 김모(30‧남)씨는 “회사(GA)에서 주기적으로 보험사와 수수료율 협상을 하는데, 수수료율을 높이는 조건으로 판매에 더 집중한다는 방식으로 가격 조정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설계사 입장에서는 더 높은 수수료의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면 보수와 직결되니 그 쪽으로 좀 더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GA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합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GA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므로, 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GA의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에 맞는 체계적인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유사한 성격을 보유한 방카슈랑스와 마찬가지로 다중 전속 의무화 규정(25%룰) 적용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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