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기술금융 대출 160조 넘었는데…“문 정부가 너무해~” 실적공개 등 불이익에 볼멘소리
[이지 돋보기] 은행권, 기술금융 대출 160조 넘었는데…“문 정부가 너무해~” 실적공개 등 불이익에 볼멘소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8.12.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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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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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기술금융대출(기업에 기술투자 자금 지원) 잔액이 160조원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혁신 기업 대상 자금 지원이 활성화되면서 정책금융 즉, 기술금융에 탄력이 붙은 것.

하지만 금융당국이 각 은행별 기술금융 실적에 순위를 매기고 이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는데다, 실적이 저조한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지난 10월 말 기준 기술금융대출 잔액은 162조99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조3663억원)보다 28%(35조6310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대출건수 역시 28만6794건에서 37만5293건으로 30.9%(8만8499건) 증가했다.

기술금융대출은 기업의 기술투자를 지원하는 정책금융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담보 등이 부족한 혁신 기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2014년부터 도입됐다. 따라서 일반적인 여신심사와는 달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여기에 우대금리 제공과 대출한도를 높여줌으로써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돕는다.

실제로 기술금융대출의 평균금리는 올해 상반기 기준 3.48%로 일반 중소기업 대출보다 0.2%포인트 낮다. 대출한도 역시 평균 4억1000만원으로 일반 중소기업 대출 한도(2억6000만원)보다 월등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금융 정책의 기조가 ‘생산적 금융’을 표방함에 따라 기술금융대출 실적도 탄력을 받고 있다. 잔액은 2016년 10월 91조3038억원에서 지난해 3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10월 현재까지 2년 새 78.5%(71조6936억원)나 불어났다.

은행별 기술금융대출 잔액을 보면 IBK기업은행이 10월 현재 53조4492억으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KB국민은행(23조5475억원), 신한은행(21조5862억원), 우리은행(19조5634억원), KEB하나은행(18조6980억원) 등의 순이다.

단순히 외형적으로만 불어난 것이 아닌, 다양한 혁신창업기업이 혜택을 받는 등 질적으로도 성장했다는 평가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기술금융을 지원받는 기업 가운데 창업 7년 이하, 매출액 100억원 이하인 초기기업의 비중은 47.3%로 절반에 달했다.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자금지원을 한다는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모양새인 것.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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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다만 기술금융대출 확대가 은행권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게 문제다. 금융당국이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순위 및 등급을 매기고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주는 등 적극 개입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매년 상‧하반기 기술금융 평가를 실시해 대형은행과 소형은행 등 은행그룹별로 나눠 순위를 나누고 있다. 평가 항목은 △공급규모 △기술기업지원 △기술기반 투자 확대 △지원역량 등으로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각 그룹별 순위를 세운다.

우수 성적을 받은 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하는 금액을 감액 받는 인센티브를 얻는다. 반면 실적이 시원찮은 하위 3개 은행은 되레 가산된 출연금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모든 은행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매달 대출 잔액과 건수 등의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에서는 금융당국의 눈치 탓에 실적 압박을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대출은 기업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담보나 보증을 받는 일반 중소기업대출과 비교했을 때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며 “무작정 늘리기에는 위험성이 있다. 그런데 실적 공개와 평가 탓에 일정 부분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일부 은행에서는 기존 일반 거래 기업을 기술금융대출 실적에 포함시키거나,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방식 등 꼼수를 쓰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성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술금융 대출 규모의 증가는 시중은행이 정부 정책 방향성에 부합한 결과”라면서도 “담보‧보증 요구가 높아지는 등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기술금융 평가방식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8월 기술금융 평가방식 개선을 위해 금융연구원에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했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현재 금융당국과 업계가 협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기술금융의 참여 및 확대를 유도하도록 실적평가 체계와 지표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별 고객특성과 경영상황에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실적평가 체계와 지표 등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실적 평가순위를 바탕으로 한 금전적 보상 및 패널티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포상 등으로 전환해 은행의 자발적인 기술금융 활성화를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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