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주52시간 근무제’ 시한폭탄에 전전긍긍 …공기 연장 및 경쟁력 약화 우려
[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주52시간 근무제’ 시한폭탄에 전전긍긍 …공기 연장 및 경쟁력 약화 우려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8.12.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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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가 주52시간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자칫 ‘통곡의 계곡’을 건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주52시간 근무제 영향으로 공기 연장과 이에 따른 손실 증가 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외사업도 문제다. 발주와 입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수주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의무화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관련 처벌(2년 이하 징역, 벌금 등)이 본격화된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현장 실태조사를 통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09개 건설사업 중 48개 사업(44.0%, 토목사업 34개, 건축사업 14개)이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계약된 공사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유형별로 토목사업 77개중 34개(44.2%), 건축사업 32개중 14개(43.8%) 사업의 공사기간 부족이 예상됐다. 특히 지하철사업은 11개중 9개, 철도사업은 14개중 11개가 공기부족으로 전망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공기부족 현상은 현장 운영시간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산연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평균 주당 현장 운영시간은 60.0시간에서 57.3시간으로 2.7시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건설업의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동향브리핑 683호(11월)는 내년 건설 수주액이 135.5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보다 6.2% 줄어든 수치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7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건설회관에서 김상균 이사장과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건설협회와 간담회를 열어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후속조치, 토지보상·민원처리 등 건설업계의 현안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7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건설회관에서 김상균 이사장과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건설협회와 간담회를 열어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후속조치, 토지보상·민원처리 등 건설업계의 현안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성

건설업계가 주52시간 근무제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의 뜻과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건설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

건설업은 사업 특성상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정해진 계약 기간 내에 공정을 완료하지 못하면 이에 따른 인건비 등의 피해가 막대하다. 또 눈과 비, 폭염 등의 날씨 문제까지 감안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라며 “52시간 근무제로 모든 판이 다 바뀔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난 6개월 동안은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사업을 진행할 때 발생하는 날씨, 안전 등의 사소한 변수까지 생각한다면 법을 모두 지킬 경우 안전사고가 더 발생하거나 공기가 늘어나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탄력근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건설업계 특성을 고려해 현재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확대해주길 바라고 있다. 또 확실한 보완대책 마련 전까지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지난 8월 오후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 작업자들이 일손을 놓아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지난 8월 오후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 작업자들이 일손을 놓아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악재

해외 경쟁력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인도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만만찮은 상황인데 해외 수주 경쟁력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은 단순히 공기가 늘어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설계, 예산 집행 등 사업 준비 기간이 늘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과거와 달리 선택과 집중에 한계를 느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기가 늘어나게 되면서 입는 손실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 사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예를 들어 발주 시기가 8월이고 입찰일이 10월이면 2달 남짓한 기간에 불과한데 법을 다 지키면서 일을 한다면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어렵사리 수주를 따내도 문제다. 해외 건설현장의 경우 국내보다 더 많은 변수가 있다. 특히 최근 국내 기업의 새로운 거점이 된 동남아의 경우 우기가 길어 공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여기에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건설현장에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또 수주에 있어서도 인력 증가에 따른 금액이 추가돼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며 “이에 관해 많은 지적과 문제 제기가 있지만 아직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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