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국내 건설사, 해외시장서 가성비‧기술력 밀리며 샌드위치 신세…‘선택과 집중’ 주문↑
[이지 돋보기] 국내 건설사, 해외시장서 가성비‧기술력 밀리며 샌드위치 신세…‘선택과 집중’ 주문↑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8.12.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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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S건설, 현대건설, 픽사베이
사진=GS건설, 현대건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중국 등 후발주자와 유럽 선진국 등에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국·인도·터키 등 후발주자들의 저가 수주 공세에 시달리며 가격 경쟁력에서 힘을 잃고 있다.

더욱이 기술력으로 승부를 내야 하지만 노하우가 풍부한 미국과 스페인, 프랑0스 주요 건설사와의 기술 경쟁력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이에 국내 건설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해외 수주 경쟁력이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론에 무게가 실린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 해외 수주 전망이 밝지 않다. 대한건설정책 연구원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등은 국내 건설사들의 2019년 해외 수주액을 가까스로 300억달러를 회복한 올해(약 321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했다. 증권가는 400억달러 이상을 내다보며 재도약을 기대했지만 건설업계는 신중한 모양새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 2010년 약 715억달러의 해외 수주액을 기록한 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600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2015년 약 461억달러로 급감했고 △2016년 약 282억달러 △2017년 약 290억달러 △2018년 약 321억달러에 그쳤다.

진출국 확대도 지지부진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106개국으로 뻗어나갔으나 2017년보다 1개국 더 늘리는 데 만족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현재 상황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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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선전했던 것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확실한 매력이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비중이 커졌다. 비록 국내 건설사끼리 치고 박고 싸우며 제 살 깎아먹는 격에 불과했지만 수주 결과만 놓고 보면 입찰 금액을 낮춘 메리트가 통해서였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들은 2010년 해외 수주액 약 715억달러 중 472억달러(66.0%)를 중동에서 거둬들였다. 3년~4년 동안 총 수주 대비 모래사막의 점유율은 꾸준히 40~50% 수준을 넘나들었다. 2009년에는 무려 72.7%에 달했다.

그러나 과도한 저가 경쟁으로 출혈이 커지면서 신중 모드로 전환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감을 따내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그동안 중동에서 겪은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서 수익이 확실시 되는 구조일 때만 사업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더욱이 중국·인도 등 개도국의 추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급성장은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주도했던 저가 수주(가성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실제 중국 및 인도 등의 개도국이 급부상한 이후 중동을 비롯한 해외 수주액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꾸준히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텃밭이었던 중동의 경우 올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92억달러)도 수주하지 못했다. 어닝 쇼크를 비롯해 정치적인 문제가 겹친 탓도 있지만 개도국들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심지어 국내 건설사들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피할 수 없어 앞으로 가격 경쟁의 동력마저 상실했다.

문제는 가성비를 포기하고 기술력으로 승부하려 해도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 선진국과의 경쟁이 힘겹다는 것. 시공능력은 크게 뒤떨어지지 않지만 설계 등 사업 전반적인 역량에서 차이가 난다는 평가다. 더욱이 최근에는 유럽 건설사들이 환율 이점 등의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아울러 언어와 문화 등이 비슷한 서구권에서는 국내 건설사에게 쉽게 먹거리를 양보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남미,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도 수월하지 않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중국·터키 등의 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이 갖고 있던 매력이 사라졌다”며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 기술력이 떨어져 확실한 장점이 없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점이 명확한 탓에 오히려 해결책은 뚜렷하지만 단기간에 유럽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를 대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가 수주를 피하고 선진국보다 기술 경쟁력이 뒤쳐지지만 그로 인해 해외 수주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없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건 항상 쉽지 않다. 사업을 신중하게 검토해서 우리가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실장도 “단기간에 해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차라리 안정적인 수익성 위주로 가는 전략을 취하면서 서서히 역량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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