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사 텃밭 중동, 12년 만에 100억달러↓…SOC 등 전략적 수주에 제2도약 명운
[이지 돋보기] 건설사 텃밭 중동, 12년 만에 100억달러↓…SOC 등 전략적 수주에 제2도약 명운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1.07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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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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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국내 건설사의 해외 텃밭으로 불렸던 중동 수주가 12년 만에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과 정치·외교 문제 등이 겹친 것이 결정적이다. 더욱이 제 살을 깎아먹었던 저가 수주 경쟁을 지양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는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경쟁력 확보 등의 선행 작업이 이뤄지면 중동에서 제2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7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액은 약 92억달러에 그쳤다. 지난 2006년 이후 12년 만에 100억달러 돌파 실패다. 총 해외 수주액 321억달러 대비 28.6% 비중이다. 30% 미만을 기록한 것도 2000년 이후 처음이다.

국내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였던 중동시장은 2007년 228억달러를 수주하며 상승세를 탔고 2010년 수주액 472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1년 295억달러 △2012년 368억달러 △2013년 261억달러 △2014년 313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 165억달러에 그쳤고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106억달러 145억달러 수주에 만족해야 했다.

중동 수주액 급감은 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 더욱이 저가 수주 경쟁이 불러온 제 살 깎아먹기에 대한 자성론이 확산된 것도 한 몫 했다. 이 밖에 정치·외교 문제까지 겹치며 중동은 더 이상 텃밭이 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주 물량이 급감했고 과거 치명적인 아픔(저가 수주)까지 겹쳐서 최대한 신중하게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유가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한층 치열해진 경쟁구도도 중동시장을 위축시켰다. 중국과 인도, 터키 등 후발주자들이 가격을 앞세워 도전장을 던졌다. 또 기술력이 뛰어난 프랑스, 스페인 등은 환율 이점까지 등에 업었다. 심지어 사우디 등의 현지 건설사까지 가세해 국내 건설사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최악의 여건이지만 사우디, UAE 등 중동을 버릴 수는 없다. 중동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하나로 분류된다. 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고 해도 과거 중동에서 수확한 대규모 물량에는 못 미친다는 게 중론이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동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라며 “국내 건설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수주 확대를 위한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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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

국내 건설사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든지 중동 시장의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형 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또 각 건설사별로 자신 있는 사업 부문 발주가 나오면 언제든 경쟁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수주에 관해서 신중하게 접근은 하되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지하개발, 교량 등 기업의 특징에 맞는 사업 혹은 유럽의 세계적인 건설사와 합작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중동시장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과거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사업은 가스, 석유화학 등 산업 설비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도로, 터널, 교량 등의 인프라 사업 수주의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 사우디의 경우 ‘비전 2030’을 통해 탈석유·산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에는 인천을 방문하는 등 선진화된 모델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UAE, 쿠웨이트 등에서도 대규모 SOC 사업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국내 건설업계도 토목 등의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및 참여 기회가 증가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의 경우도 그동안 발주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수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였다”며 “SOC의 경우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상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발주국가의 관련 기관 등의 인프라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실장도 “중국, 인도 등의 개도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앞서고 있지만 교량, 항만, 터널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은 국내 건설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투자개발형사업 등 경쟁력을 더 높이는 게 관건이지만 올해부터는 조금 더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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