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국민은행 총파업, ‘국민 볼모vs차별 철폐’…노조, 추가 파업 예고에 고객 피해 우려↑
[이지 돋보기] 국민은행 총파업, ‘국민 볼모vs차별 철폐’…노조, 추가 파업 예고에 고객 피해 우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1.10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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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동조합원들이(왼쪽)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갖고 파업가를 제창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날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영업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원들이(왼쪽)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갖고 파업가를 제창하고 있다. 오른쪽은 같은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문룡식 기자,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다행히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2차 파업을 예고해 불씨는 여전하다.

노조는 총파업에 나서면서 “차별 철폐”를 외쳤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을 볼모로 한 귀족 노조의 ‘제 밥 그릇 챙기기’라는 이유에서다.

10일 KB국민은행 노사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7일 오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야제를 시작으로 이튿날(8일) 오후 3시까지 하루 동안 총파업을 단행했다. 지난 2000년 옛 주택은행과의 합병 반대 이후 19년 만에 벌어진 파업이다.

참여 인원은 노조 측 추산 9500여명으로 전체 국민은행 노조원 1만4000여명 가운데 68%에 해당한다.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1만7000여명) 대비로는 56%로 절반이 넘는 규모다. 단 사측은 이보다 적은 55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부터 이어진 노사 간 대립이 극한에 달해 수면 위로 올라온 결과다. 노사는 그동안 ▲성과급 300% 지급 ▲직급별 호봉 상한제(페이밴드) 폐지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L0 직급의 근무경력 인정 ▲직급 무관 임금피크제 1년 연장 등의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노조는 향후 사측과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추가 파업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파업에 나서고, 이어 ▲다음달 26~28일 ▲3월 21~22일 ▲3월 27~29일 등 5차 파업까지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다.

싸늘

그러나 노조와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립 중인 쟁점 가운데 결과적으로 임금과 관련된 사항이 많은 만큼,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시선이 강한 탓이다. 더욱이 평균 연봉 9100만원인 고연봉자들의 파업이라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노조의 완고한 태도 역시 평가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사측은 당초 제시안이었던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수준의 성과급에서 한 발 물러나, 시간외 수당까지 합해 300%안을 제시하는 등 노조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때문에 ‘귀족 노조’라는 비판마저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는 요구안을 모두 들어줘야 협상 및 합의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협상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양보 없이 모든 요구를 다 들어달라는 태도를 고수하면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금융 고객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에게 가장 밀접한 금융회사인데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직인 은행원의 파업은 곧 소비자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 KB국민은행의 고객은 3000만명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은 총파업 당일 전국 1058개 영업점을 모두 열었지만 제대로 된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은 거점점포 411곳에 불과했다. 이를 제외한 영업점은 담당 인력 부재로 기본적인 입‧출금 업무만 볼 수 있는 곳이 대다수였다.

KB국민은행의 비대면 거래 건수가 전체의 86%를 차지하는 덕분에 큰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신 등 복잡한 업무를 봐야하는 고객 피해는 완전히 막지 못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회사를 다니는 최모(31‧남)씨는 “전세대출건 때문에 은행을 방문해야 되는데 이날은 영업점 운영이 제대로 안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가지 못했다”며 “다른 날에는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씨는 또 “뉴스를 통해 소식을 들어서 다행이지, 몰랐다면 헛걸음만 할 뻔했다”며 “보통 이런 큰 문제는 문자메시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 역시 이번 노조의 파업에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고객을 볼모로 노사 간의 대립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임금과 고용 등은 기업의 상황에 맞춰 판단할 문제인데, 이를 자신들의 이익만 위해 바꾸려는 노조의 요구는 적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의 총파업일인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 지점 입구에 파업과 관련된 고객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문룡식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의 총파업일인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 지점 입구에 파업과 관련된 고객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문룡식 기자

억울

노조는 ‘귀족 노조’라는 비판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이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조직 내 뿌리 내린 차별을 없애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

실제로 임금협상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성과급 문제는 7일 총파업 전야제 이전 노사가 합의점을 찾으면서 일단락 된 상태다. 노사가 차이점을 좁히지 못하는 부분은 페이밴드 제도와 L0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문제에서다.

직급별 호봉에 상한을 두는 페이밴드는 현재 KB국민은행의 신입행원에 적용돼 있다. 사측은 당초 이를 전 직원에 확대하려다 노조의 반발로 철회한 대신, 신입 적용을 폐지하는 것은 거부했다. 노조는 이를 청년 차별로 보고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또 과거 계약직이었던 L0 직급의 근속기간 인정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종합적으로 검토해 올해 안으로 해결한다는 미지근한 반응을 내놨다.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총파업까지 가게 돼 국민들께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면서도 “사측이 신입행원 페이밴드 제도 등 부당한 차별은 뒤로 숨기고 오직 금융노동자가 돈 때문에 파업을 일으킨 것처럼 호도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조합원들을 겁박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앞으로 투쟁을 계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측과의 대화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조직 내 뿌리내린 차별 관행을 없애고 청년, 여성 은행원에 대한 잘못된 제도를 고치자는 것이 모인 이유"라며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24시간 매일 교섭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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