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개인형 퇴직연금, 덩치는 커졌지만 실속은 ‘꽝’…금융당국, “가입자, 적극 개입 필요”
[이지 돋보기] 은행권 개인형 퇴직연금, 덩치는 커졌지만 실속은 ‘꽝’…금융당국, “가입자, 적극 개입 필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1.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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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시중은행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속 빈 강정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립금이 10조원 넘게 쌓이면서 규모는 비대해졌지만, 수익률은 1%대를 겨우 넘나들며 덩칫값을 못하고 있기 때문.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높아진 정기예금 이자 수익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1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6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주요 은행의 IRP 적립금 및 수익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말 IRP 적립금은 11조37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말(9조5140억원) 대비 19.5%%(1조8557억원) 불어난 규모로 사상 처음으로 적립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적립금이 3조318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2조6908억원), 우리(1조8758억원), KEB하나(1조87319억원), NH농협(8873억원), IBK기업(8678억원) 순이었다.

IRP는 기존의 개인퇴직계좌(IRA)를 대체하는 퇴직연금으로 지난 2012년 7월 처음 도입됐다. 근로자가 이직·퇴직할 때 받은 퇴직 급여를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해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상품이다.

근로자 본인이 연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데다 최대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제도(DB, DC)에 가입한 근로자만 가입 가능했지만 지난 2017년 7월부터 자영업자, 공무원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면서 적립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덕분에 한동안 IRP는 은퇴 후 노후 대비를 위한 재테크 및 절세 수단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수익률↓

그러나 성장세 및 주목도에 비해 IRP의 수익률은 신통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6개 은행의 원리금 보장과 비보장 상품을 모두 포함한 IRP의 단순 평균 수익률은 1.11%에 불과한 것. 전년 말(1.38%) 보다 오히려 퇴보한 모양새다.

이같은 수익률은 6개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기준) 금리 1.87% 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1.5%)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은행별 평균 수익률을 보면 신한은행이 1.30%로 가장 높았고, 이어 ▲IBK기업은행 1.16% ▲KB국민은행 1.11% ▲KEB하나은행 1.10% ▲NH농협은행 1.06% ▲우리은행 0.94% 순이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은행조차 예금금리는커녕 물가상승률을 넘어서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이 바닥을 쳤다. 6개 은행 평균 0.97%로 전년 말(6.27%)보다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전체 IRP의 수익률을 깎아먹은 것.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6.49%에서 0.06% 순손실로 6.55%포인트 추락하며 평균치를 낮췄다. 또 ▲신한은행(7.72%→1.69%) ▲KB국민은행(6.07%→1.23%) ▲우리은행(5.08%→0.58%) ▲KEB하나은행(5.91%→0.80%) ▲IBK기업은행(6.36%→1.60%) 등 다른 은행들 역시 대폭 낮아졌다.

이처럼 원리금 비보장 IRP의 수익률이 일제히 바닥을 친 이유는 주식시장이 침체된 탓이다. 고객이 선택해 펀드비중을 설정하고 투자하는 구조로, 펀드수익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탓에 국내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맞춰 덩달아 요동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2470선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3분기 말 2330선으로 무려 10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더욱이 4분기 들어 종가 기준 2000선이 붕괴되는 등 침체가 이어져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도 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IRP는 한번 가입하면 중도 해지가 쉽지 않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후 IRP를 중도 해지할 경우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금액+운용수익’에 대해 16.5% 세율을 적용한 기타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를 도로 토해내야 하는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IRP 중 원리금 보장 상품은 정기예금 등 안정적인 분야에서 돈을 굴리는데 저금리인 상황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올해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IRP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금융회사만 믿고 맡기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은 납입‧운용현황을 살펴 퇴직연금자산이 잘 굴러가는지를 평가하고,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운용상품 변경이나 금융사 이전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품 변경이나 계약 이전은 중도인출로 간주되지 않아 세제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윤진호 금융감독원 연금금융실 팀장은 “연금자산을 굴리는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거나 추가 납입 시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동일상품으로 재예치되거나 대기자금화 돼 낮은 금리 적용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며 “가입자는 금융사에 실질수익률이 더 높은 상품 제시를 요구하고 변경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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