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장애인 채용 대신 ‘벌금’으로 땜빵…KB국민‧우리은행, 분담금 1‧2위 다툼
[이지 돋보기] 은행권, 장애인 채용 대신 ‘벌금’으로 땜빵…KB국민‧우리은행, 분담금 1‧2위 다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1.29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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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에서 장애인 고용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은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의무고용률을 준수하는 대신 고용부담금 즉, 벌금으로 해결하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5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은행의 장애인 고용률은 평균 1.04%에 불과하다.

국내 은행들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거해 전체 근로자 중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채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7%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9% ▲올해 3.1%이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이 0.74%로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0.94%, 0.97%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1.12%)은 가까스로 1%를 넘겼다. NH농협은행이 의무고용률(2.9%)의 절반가량인 1.46%를 채용해 그나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매년 공표(2018년 12월20일)하는 ‘장애인 고용 의무 불이행 명단’에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은행은 고용부의 사전예고 기간에 명단공표 제외(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이수 등) 조건을 충족해 명단에서 제외됐다. 의무고용률를 지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꼼수

은행들이 장애인 의무 고용 대신 선택한 방법은 벌금 납부다. 매년 수십억원에 달한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상시 1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벌금 성격인 부담금을 대신 내야 한다.

5대 은행이 2014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총 592억9000만원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94억5000만원 ▲2015년 110억6000만원 ▲2016년 116억4000만원 ▲2017년 134억1000만원 ▲지난해 상반기 147억7000만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이 기간 동안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총 133억8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13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신한은행(122억900만원), KEB하나은행(109억2000만원), NH농협은행(96억2000만원) 순이었다.

장애인 고용 대신 부담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는 모양새다. 때문에 법적‧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돈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더욱이 개선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5대 은행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014년 1%에서 지난해 상반기 1.05%로 소폭 상승했으나 유의미한 변화라고 보긴 힘들다.

오히려 최근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로 전체 직원 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착시효과일 뿐 장애인 고용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은행권 내에서 여성 임원 발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개선과 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 채용과 관련에서는 별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차별 철폐를 명분으로 내세워 지난 8일 총파업까지 나섰던 KB국민은행 노동조합조차 여성‧청년 직원 처우 개선에 힘을 쏟았을 뿐, 장애인 고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은행들은 대면 영업 비중이 높은 특성 상 의무고용률 만큼의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 중 70% 이상이 영업적 직원인데, 고객 대면 서비스직 특성 상 장애인 직원을 배치하기가 쉽지 않다”며 “채용된 직원에게는 각자의 특성에 맞게 적합한 직무에 배치하고 있지만 자리가 한정적이라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단순히 고용률만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들을 적합한 직무에 배치하는지, 일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 등 여건을 잘 갖춰졌는지에 대한 평가에 더 비중을 둬야 ”며 “고용에 단순히 수치만 따진다면 단기 일자리에만 배치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하는 형태로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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