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청약통장, 제도 개편‧집값 하락에 ‘찬밥’ 신세…전문가 “목돈 급하지 않다면 보유가 바람직”
[이지 돋보기] 청약통장, 제도 개편‧집값 하락에 ‘찬밥’ 신세…전문가 “목돈 급하지 않다면 보유가 바람직”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02.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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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부동산 침체와 청약 제도 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청약통장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

가입자 수가 급감하고, 해지자가 늘고 있는 것. ‘내 집 마련 기회’이자, ‘행운의 로또’라고 불리던 청약통장의 몰락.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 영향이다. 문 정부는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이에 1주택 보유 청약 가입자에게 청약통장은 계륵이 됐다. 당첨 가능성이 낮은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자는 흐름이다.

더욱이 집값 하락과 미분양 등 지역 양극화가 심화돼 청약통장 없이도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도 청약통장의 인기 하락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책 변화와 전략적 물량 공급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목돈이 급하지 않다면 청약통장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1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442만93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2441만6222명) 대비 1만3000여명 늘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7만8000여명이 증가(10월 2433만7365명→11월 2441만6222명)한 것과 비교하면 83% 급감한 수치다.

신규 가입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인기도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주택청약종합저축은 2257만768명으로 11월보다 2만2598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11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10월 대비 8만8099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감소폭(74%)이다.

심지어 5개월 새 신규가입이 불가능한 청약예금, 저축 등의 해지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190만553명에서 12월 185만8607명으로 5개월 새 약 5만명이 청약통장을 없앴다.

그동안 청약통장은 무주택자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와 집을 팔고 이사하려는 유주택자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또 최근 2년 동안 아파트 값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청약에 당첨되면 큰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것 역시 인기 요인이었다.

실제 2016년 1월 청약통장 가입자가 처음으로 2000만명을 돌파했고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약 400만명이 추가로 청약통장을 만들었다.

서울 종로구 B공인중개사는 이에 대해 “청약통장은 그동안 무주택자들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로 여겨졌다”며 “게다가 시세 차익으로 '로또'를 맞을 수 있어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왼쪽) 은행의 대출 창구는 한산하다(오른쪽). 사진=뉴시스

급변

청약 제도 개편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더욱이 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 이에 청약통장의 매력 및 실효성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문 정부는 지난해 12월 청약 제도 개편을 통해 청약통장을 보유한 1주택자들의 당첨 기회를 사실상 차단했다. 1주택자들에게 청약통장은 더 이상 로또가 아닌 셈이다.

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청약 제도 개편 이후 검단신도시에서 지난해 12월 공급된 ‘검단신도시 한신더휴’는 88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014명이 청약에 나섰지만 일부 타입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규제 적용 전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검단 호반베르디움’이 95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5943건의 청약을 접수시키며 전 타입 1순위 청약 마감된 것과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제도가 바뀌면서 추첨제 물량이 무주택자에게 75% 배정됐다. 1주택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청약통장 1순위가 약 1000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1주택자들은 바뀐 제도로 인해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급하게 목돈이 필요하면 일반적으로 예금 상품을 깨기 마련인데 당첨 가능성이 적은 청약통장을 해지하게 되는 것 같다”며 “청약 당첨을 통해 이사를 꿈꾸던 1주택자들의 이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값 하락도 원인 중 하나다. 각종 부동산 규제가 심화되면서 서울을 포함한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각종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미분양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방의 경우, 대구와 광주 등 일부 광역시의 인기지역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청약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아도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함 랩장은 “인천 검단, 청천동 등 소재 모 아파트의 경우는 수도권이지만 분양이 다 되지 못했고 대구, 광주 등 일부 인기 지역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며 “굳이 청약을 하지 않아도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게 된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통장의 중요도가 줄어든 셈”이라고 진단했다.

청약통장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지보다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함영진 랩장은 이에 대해 “부동산은 사이클이 존재한다. 항상 변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이 바뀌거나 전략적 공급 등을 고려할 때 청약통장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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