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KB생명 구원투수 허정수 대표, 초라한 1년차 성적표…업권 불황에 수익 ‘역행’
[이지 돋보기] KB생명 구원투수 허정수 대표, 초라한 1년차 성적표…업권 불황에 수익 ‘역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2.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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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생명보험
사진=KB생명보험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KB생명보험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활약을 예고했던 허정수(사진) 대표이사의 취임 1년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부진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순이익 등 각종 수익성 지표가 뒷걸음질 쳤다. 또 금융당국의 미스터리쇼핑(일종의 고객 진단 프로그램)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리딩뱅크’에 도전하는 KB금융그룹의 발목을 붙잡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허 대표로서는 올해 역시 어깨가 무겁다. 경기불황 여파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민이 깊지만 초심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다. 올해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 개발과 함께 영업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25일 KB금융그룹의 ‘2018 경영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KB생명의 연결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8억원으로 전년(211억원) 대비 29.9%(63억원) 감소했다.

이에 총자산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총자산이익률(ROA)이 0.16%로 전년(0.23%)보다 0.0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에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3.87%에서 2.80%로 1.07%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수익성 지표가 모두 악화된 것이다.

<KB생명보험 연간 수익성 지표>
  2018년 2017년 2016년
당기순이익 148억원 211억원 127억원
ROA 0.16% 0.23% 0.14%
ROE 2.80% 3.87% 2.14%

허 대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카드다. KB국민은행에서 재무관리 부장, 재무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6년 KB금융지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통’이다. 또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2016년 현대증권 인수 작업을 맡은 경력이 있는 등 M&A(인수합병)에서도 잔뼈가 굵다.

윤 회장은 2017년 11월 기자간담회 당시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보강하려 한다”고 밝힌 뒤 허 대표를 KB생명에 내정한 바 있다. 허 대표를 통해 KB생명의 재무상황을 개선하고, 추후 생보사 인수전에서의 활약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 대표 역시 지난해 1월 취임사에서 "KB생명을 KB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회사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각오와 다르게 나타난 1년차 성적표. 포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허 대표에게 뼈아픈 부분은 저조하지만 증가세에 있던 순이익이 허 대표 취임 후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KB생명의 최근 5년(2014~2018년) 간 연도별 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 65억원에서 ▲2015년 106억원 ▲2016년 127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었다. 특히 2017년(211억원) 순익이 전년보다 66.1% 급증하는 등 흐름이 좋았다. 하지만 지난해 이같은 흐름이 끊겼다.

더욱이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국내 14개 생보사 294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변액보험 관련 ‘미스터리쇼핑’에서 KB생명만 유일하게 60점 미만으로 ‘저조’ 등급을 받았다.

미스터리쇼핑은 금융당국의 조사원이 고객을 가장해 금융사의 전반적인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조사다. 해당 조사에서 평가대상 보험사의 점수는 평균 78.5점이었으나 KB생명만 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불황

다만 이 같은 실적 부진을 허 대표의 ‘경영 실패’로만 판단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생보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이었던 만큼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국내 5개(삼성생명․한화생명․오렌지라이프․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 생보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총 2조6508억원으로 전년(2조7032억원) 대비 1.9%(524억원) 감소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은 2017년 1조2632억원에서 지난해 1조7364억원으로 37.5%(4732억원) 불어났다. 반면 한화생명은 6887억원에서 4465억원으로 35.2%(2422억원) 감소했다. 또 ▲오렌지라이프 3402억원→3113억원(8.5%↓) ▲미래에셋생명 2211억원→1018억원(53.95%↓) ▲동양생명 1900억원→548억원(71.2%↓) 등도 순익이 줄었다.

부동산과 주식 매각으로 일회성 이익을 확보한 삼성생명를 제외하고는 4개사 대부분 KB생명 이상으로 순익이 감소한 것이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4개 생보사의 총 순이익(1조4400억원→9144억원) 감소율은 36.7%로 KB생명(29.9%↓)보다 크다.

시중금리 변동과 국내 증권시장 불황으로,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인 변액보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의 늪에 빠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험영업이익 정체와 증시 악화 및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변액보증 손익 악화가 생보업계 실적 하향을 견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KB생명은 올해 경영전략 목표를 고객과 상품․채널을 기반으로 한 가치성장 추진으로 정하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KB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영업 채널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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