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 김빠지는 소식만?…KB국민 ‘철회’․IBK기업노조, ‘나홀로 도전’
[이지 돋보기] 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 김빠지는 소식만?…KB국민 ‘철회’․IBK기업노조, ‘나홀로 도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3.04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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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측에서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지나친 경영 참여가 기업 운영 차질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 과제다. 은행권 노조 역시 금융산업 경쟁력과 노동자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이에 KB금융과 IBK기업은행 노조가 적극 뛰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저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성과 내기가 쉽지 않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노협)가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백승헌 변호사의 후보 추천을 자진 철회했다.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손해보험 사건을 수임한 이력이 있어 후보자 결격 시비를 우려한 까닭이다.

이에 KB금융 노협의 세차례 도전 모두가 물거품이 됐다. 앞서 KB금융 노협은 지난 2017년 11월 임시주주총회와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잇따라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박창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추천했다.

박 위원은 2017년 혁신위 위원 당시 금융회사의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를 금융혁신안에 담은 당사자기도 하다.

IBK기업은행 노조가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험로가 예고된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가 이사를 추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해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가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노조가 후보를 내세워도 이를 이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만인 셈이다.

민병두(왼쪽) 국회 정무위원장과 김형선(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노동이사제의 필요성을 공유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산업노동조합
민병두(왼쪽) 국회 정무위원장과 김형선(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노동이사제의 필요성을 공유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산업노동조합

동상이몽

더욱이 주주나 금융당국이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현재 기업은행은 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가 50.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재부는 노동자 대표가 의결권 없이 이사회에 단순 참여해 의견 개진을 허용하는 ‘근로자 참관 이사제’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실상 노동이사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다.

인면권을 가진 금융위에서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 "노동이사제 취지는 대주주 전횡 방지와 근로자 권익보호 측면“이라면서도 ”금융회사는 진입 때 적격성 심사 보고 규제도 있고 계열사 거래도 제한되며 영업활동도 감독한다"고 전했다.

이어 “근로자 권익보호 측면에서 은행은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여건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양호하다”며 “금융권에서 먼저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노조는 은행장 제청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더라도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선임은 은행장 제청 없이 정부가 지정한 인물을 금융위가 임명해왔다"며 “임면권자인 금융위에서 승인만 하면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KB금융과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주요은행 노조의 미지근한 태도도 노동이사제 도입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현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1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4분의 1인 RS․사무직군에 대한 호봉제 적용 등 처우 개선에 더 집중하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하나․외환은행 출신 직원 간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 후속조치와 함영주 행장의 연임 반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주체제 안정과 민영화 완료 전까지는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온도차가 존재한다”면서 “동상이몽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니 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제도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스] 노동이사제 해외에서는?…유럽 활발, 美․日 ‘잠잠’

노동이사제(근로이사제)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 가장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관련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한 31개 국가 중 독일과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14개 국가가 공기업과 일반기업에 노동이사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스페인과 그리스, 아일랜드 등 5개 국가는 공기업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 12개 국가는 적용하지 않거나 매우 제한된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가장 대표적인 유럽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 내 기업은 경영이사회뿐만 아니라 ‘감독이사회’를 별도로 설치해 경영이사회의 활동을 감독하는 이원적 이사회 제도를 운영한다.

경영이사회 이사는 전략이나 계획, 경영개발, 재무포지션, 배당, 위험 등 회사 중요 의사결정 사항을 정기적으로 감독이사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 대표는 비상근이사로 감독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의결권이나 발언권에서도 다른 이사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 종업원 500~200명 기업은 감독이사회 정원 중 3분의 1을, 2000명 초과 기업은 과반 수 이상을 근로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스웨덴은 독일과 달리 단일 이사회 구조다. 기업규모에 따라 근로 이사 2~3명이 이사회에 참가하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가 정착돼 있는 만큼 명문화된 법규가 따로 없다. 또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기업도 전무한 수준이다.

일본 역시 근로자의 직접적인 경영참여 보다는 작업장 수준의 소집단 활동과 기업 차원의 노사협의체를 통한 간접적인 경영참여가 보편화돼 있다. 지난 2014년 회사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노사공동결정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노동법학자들과 경제계의 반대로 도입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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