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장 수난시대’ 낙마부터 법정구속까지…시민사회 “강도 높은 쇄신 나서라”
[이지 돋보기] ‘은행장 수난시대’ 낙마부터 법정구속까지…시민사회 “강도 높은 쇄신 나서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03.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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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호(왼쪽부터)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진=각 은행
위성호(왼쪽부터)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진=각 은행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이광구부터 함영주, 위성호까지. 은행장 수난시대다.

각종 의혹 연루에 따른 연임 실패와 자진 사퇴, 그리고 법정구속까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사회 곳곳에서 신뢰와 안정성이 훼손됐다는 반응이 끓는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 각종 비위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이근영 전 KDB산업은행 총재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 은행권 잡음은 유서가 깊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신뢰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로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최종 낙점했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함영주 행장은 포기 의사를 밝히며 스스로 후보에서 물러났다.

당초 업계에서는 함 행장의 3연임을 높게 점쳤다. 하나금융은 임추위에서 2~3명의 복수 후보를 추리고, 이중 한 명을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행장으로 추천할 계획이었다. 여기서 함 행장은 1차 후보에 포함돼 연임 가능성이 높았다. 더욱이 올 1월 하나금융의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으로 재선임 되면서 청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 사외이사 3명을 만나 함 행장의 법률리스크가 경영안정성과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 기류가 변했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진행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자들을 부정 채용하고 남녀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설정해 차별 채용한 혐의(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재판을 받아오고 있다. 이 재판 결과에 따라 추후 경영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고, 함 행장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연임 포기를 선택한 모양새다.

이로써 함 행장은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취임한 지 3년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경질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오는 26일 임기만료 후 수장의 자리를 내려놓는다. 연임을 노려볼 만 했지만 사전에 차단 당했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가 지난해 12월21일 차기 행장 후보로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내정했다. 종전 보다 두 달 빨리 내정 절차가 진행됐다. 당시 위 행장의 임기가 3개월가량 남은 시점이었다.

위 행장은 재임 기간 중 통합 모바일 플랫폼 ‘신한 쏠’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시켰다. 또 104년 만에 서울시 1금고를 유치했다. 연임을 노려볼 만 한 성과다.

은행권은 위 행장이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2008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로 서울 남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에게 비자금 3억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이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고, 위 행장은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결과에 따라 경영 공백이 야기될 수 있다. 신한금융 역시 이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위 행장의 법률리스크는 교체 사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사 발표가 12월에 이뤄진 것은 다른 금융사의 임기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세대교체를 위한 인사였다”고 전했다.

윤석헌(앞줄 왼쪽 다섯번째) 금융감독원장과 김태영(앞줄 왼쪽 여섯번째) 은행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7월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감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함영주(앞줄 왼쪽부터) KEB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박명흠(둘째줄 왼쪽부터)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허인 국민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민성기 신용정보원장,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강낙규(마지막줄 왼쪽부터)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직무대행, 서현주 제주은행장, 이용우 카카오은행장, 문재우 금융연수원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원장 사진=전국은행연합회
윤석헌(앞줄 왼쪽 다섯번째) 금융감독원장과 김태영(앞줄 왼쪽 여섯번째) 은행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7월2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감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함영주(앞줄 왼쪽부터) KEB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박명흠(둘째줄 왼쪽부터) 대구은행장 직무대행, 허인 국민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민성기 신용정보원장,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강낙규(마지막줄 왼쪽부터)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직무대행, 서현주 제주은행장, 이용우 카카오은행장, 문재우 금융연수원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손상호 금융연구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원장 사진=전국은행연합회

불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더욱이 이들은 시중․지방은행장 중 최초로 구속 수감됐다.

이 전 행장은 2014년 12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후 2017년 1월 연임에 성공하며 올해 1월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그러나 2016년 우리은행 신입 공채 당시 인사 청탁을 받아 16명을 부정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2017년 11월 자진 사퇴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행장은 올해 1월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박 전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인카드를 사용해 대량으로 사들인 상품권을 상품권판매소에서 수수료(5%)를 공제한 뒤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까지였으나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4월 중도 사퇴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은행권 수장들이 각종 비위와 의혹에 휩싸이자 금융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의 재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데 은행장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면서 “고객을 대할 때마다 부끄럽다는 생각이다. 뼈를 깎는 쇄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시민사회단체 등도 은행 최고경영자의 범법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지섭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교육문화홍보본부 실장은 “은행은 고객의 재산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국가 금융의 기틀 역할을 하는 중요 기관”이라며 “지점의 창구 직원부터 높은 도덕성과 신뢰성을 요구받는 판국에 최고경영자인 은행장이 범법 의혹에 휘말린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장들이 물러난 배경이나 형태는 각각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은행의 불안정한 지배구조체계로 인해 발생한 법률 리스크라는 점이 공통적”이라며 “향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해 이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스] 유서 깊은 은행장 ‘수난사’

은행장들이 ‘흑역사’로 발목 잡힌 경우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있다. 김 전 행장은 2000년대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돼 초대 통합 은행장을 지냈다. 이후 2004년 국민카드 합병과 관련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은행 임원은 향후 3년~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당시 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전 행장은 결국 3연임이 좌절돼 임기종료와 함께 물러났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수장들은 수난사에 이름을 올리는 단골 고객이다. 산은이 정치권에 밀접하고 수장에 관료 출신들이 많이 앉는지라 재임 중이거나 퇴임 후 검찰 수사망에 오르는 경우가 다수다.

먼저 이근영 전 총재(1998~2000년)는 ‘대북송금 의혹사건’과 관련해 2003년 구속기소된 바 있다. 그는 2000년 6월 현대그룹에 5500억 원의 불법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정건용 전 총재(2001~2003년)는 미화 1만 달러를 받고 산은이 발주하는 각종 컨설팅 업무를 특정 회사에 맡긴 것이 드러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937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강만수 전 회장(2011~2013년)은 지난 2009년 지인의 업체가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해 66억원을 받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5년2개월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884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2011년에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44억원을 이 업체에 투자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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